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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5 15: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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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모 프로게이머가 구설수에 올라 사과문을 작성했는데, 그 사과문과 매우 비슷한 패턴이군요;
알아두셨으면 하는 내용을 적겠습니다.
1. 문제글 작성까지의 과정을 알고 싶은 게 아닙니다.
-사과문을 써야 하는 상황까지 왔을 때는 이미 상황이 모두 알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요지는 문제가 발생했고, 작성자는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사과만 받으면 빠르게 해산할 거라는 점이죠.
해당 글을 작성하게 된 과정과 작성 시간까지 상세하게 적어주셨습니다만 이건 필요 없는 내용입니다.
제 3자가 끼어있는 경우가 아닌 이 상황에서는 글작성자님과 읽은 사람들간의 다이렉트 관계라서 오해생길 여지가 전혀 없지요.
작성자님이 하신 설명은 작가가 갑자기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인물의 이상한 행동을 설명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포인트는, 사람들은 사과를 받으러 온 것이라는 점입니다. 첫머리부터 시작되는 정황설명은 일을 더 키웁니다.
2. 또한 억울함 피력은 사과문에서 기피되는 행동입니다.
사과문에서 감정조절이 요구되는 이유는 말 그대로 그 글이 잘못 후에 나온 행동이라서 그렇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사과문은 무엇보다도 냉정한 감정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읽는 사람이 흥분상태이기 때문이죠.
그 달궈진 프라이팬 같은 분위기에서 나는 매우 속상하며, 아쉬우며, 섭섭하다는 걸 피력하면 사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겁니다.
3. 또한 가장 결정적이게도 잘못에 대한 사과가 모호합니다.
사족이라 느껴질 만큼 길게 글을 작성해주셨습니다만, 정작 광고글을 작성하게 된 경위가 적혀있지 않습니다.
에어컨 고장으로 인한 짜증, 마침 우연히 모여있던 상품으로부터 얻은 아이디어, 고마움으로부터 비롯된 나눔기획,
이 여러가지 감정 속에서도 '어째서 나는 광고글을 작성하게 되었는가?'가 없습니다.
간단히 추측해보자면 홍보글을 작성하신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적지 않으셨겠죠.
그렇다면 그냥 간단히, '판매상품을 홍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작성했습니다.'라고 적으시면 됩니다.
그 뒤에 '홍보글을 작성해서 죄송합니다.'를 붙이면 모두가 납득할 겁니다.
왜냐면 여기만큼 트래픽 많고, 안 걸리면 대박날 것 같은 곳은 적으니까요.
('전쟁이 끝나면 애인에게 고백할거야'를 보고 사망플래그를 느끼는 것처럼요. 그러니 다른 이유는 핑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적지 않으신 채로 길게 과정샷을 넣어주시면, 다시 1번으로 돌아가게 되는 겁니다.
참고로 모 프로게이머는 그 이후 사과를 세 번이나 했습니다만,
본문과 같은 식의 트위터 사과문, 인터뷰 사과문, mvp인터뷰 사과문 비슷했던지라 말이 많았습니다.
인성논란으로 읺나 사과문인데 '내 성격 잘 알고 있을 테니 이해해라' 라든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 같은 사과를 했으니 그렇지요.
본문도 광고를 해서 이득을 보고자 하는 마음을 적었다면 과정샷을 길게 적어도 이해됐을 겁니다.
너무 사족이 길어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