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사과문의 정석, 이재용 사과문입니다.
잘 보면 첫 문단부터 본질을 잘 짚고 있지요. 사람들이 제일 원했던 직설적인 사과 부분입니다.
이 문단이 있기 때문에 추후에 나오는 모든 문단에 진정성이 추가됩니다.
예를 들면 작성자님처럼 작성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첫 문단이 '바쁜 업무 중에 사실을 알게 되어 부랴부랴~' 가 적혔을 텐데
그 뒤에 '저의 아버님도 투병 중입니다'는 문장이 나왔다면 아마 이 게시글처럼 대판 뒤집어지고 난리도 아니었겠지요.
하지만 시작문단부터 실수를 사과한다고 적어놨기 때문에, 뒤의 아버지 투병내용이 환자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읽혀지게 됩니다.
이재용 사과문에선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시 사과, 그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면서도
모두가 노력을 이해할 만한 의료진에 대한 격려 요구를 작성했는데,
의료진에 대한 격려를 요구한 뒤 자신을 숨겼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읽는 사람들은 숨겨진 이재용을 찾아내게 됩니다.
인질을 끌어내서 방패삼을 수 있는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낮게 두니, 진정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진짜든 아니든 간에!).
그리고 스물세 줄의 글 속에서 '죄송', '사죄' 등의 사과표현은 총 다섯 줄입니다.
해결의지에 대한 표현은 아홉 줄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상황정리 두 줄, 환자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내용 두 줄, 다시 대표해서 상황정리 한 줄, 자신의 심경 한 줄,
의료진 격려 때 자신을 숨기는 한 줄, 의료진 격려요청 한 줄.
글의 40%가 사과와 해결의지에 대한 내용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직접적인 글은
'제 자신 참담한 심정입니다' 한 줄입니다.
하지만 전후 설명에 의해, 그 기분이 얼마나 슬프며 적극해명을 위해 이재용과 삼성의료진이 얼마나 열심히 뛸 것인지 느낄 수 있죠.
다시 말하지만 전후설명이 딱 세 줄 정돕니다.
그마저도 '감염 및 확산을 막지 못해 미안하다, 신뢰에 부흥하지 못해 미안하다' 정도입니다.
메르스 감염의 경위부터 상세한 날짜를 적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을 방패로 세우지도 않았구요.
딱 스물 세 줄만 있어도 이렇게나 완벽한 사과문 작성이 가능합니다. 꼭 참고하시길 바라요.
사과문이든 해명문이든 읽는 사람을 전제로 두지 않는 글은 지금 이 게시글 같은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만약 이 부분을 수정할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 어떤 글이든 작성하시는 데 있어 유용하게 쓰실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