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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2 15: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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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이란 표현은 좋아하는 말이 아니기에 코멘트를 할까 잠시 고민했었네요. 조언? 감상평? 정도로 들어주신다면 건방지지만 제가 받은 느낌 몇 마디 남겨드릴게요.
먼저, 모든 배경과 설정에 대해 일일히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읽으면서 아 이런 세계관이구나 독자가 유추할 수 있는 편이 더 재미있겠지요. 그런니까 초반부에 여기는 어디고 탐사대가 조직된 이유는 뭐고 이런부분은 숨기거나 천천히 풀어도 된다는 말씀이예요. 쓰는 사람은 보는 사람이 내가 생각한 세계를 자세히 알아주길 바라겠지만 사실 독자들은 작은 상황하나에 흥미를 느끼고 몰입해 나가는 것이지요.
이 짧은 분량에 너무 많은 설명이 들어있습니다. 우선 등장인물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각자의 개성을 살려주세요. 그리고 그들이 처한 상황과 눈 앞에 보이는 것들, 더불어 보이지않는 심리에 대해서 보다 집요하고 세밀하게 묘사해봄은 어떨까요? 그러고나서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세계관과 배경이 조금씩 드러나게끔 한다면 보다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 묘사들이 다소 추상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분명한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도록 간결하고 깔끔하게 비유해야 상대에게도 전달이 되거든요. 위에 솔라님 말씀처럼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투명하지만 너무나 깊어서 어두운 광채를 뿌리는 땅과 지평선너머에 보이는 뱀처럼 꿈틀대는 오로라의 모습.'같은 문장은 그 이미지가 어떠한지 전달되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나만 알고 나만 받는 느낌은 있는데 그게 독자는 무언지 잘 모르는거죠. 문장을 잘라서 서술하는 것도 한 방법일거예요.
마지막으로는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문장의 완성도입니다. 문장은 간결하되 호응이 맞고 전달이 좋아야 해요. 예컨데'영하-167도 거의 액화질소에 온몸을 담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같은 문장은 '거의 영하 -167도의 액화질소에 온 몸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로 정리한다면 읽기 보다 편해질 것 같아요. 줄일 수 있는 말은 줄이고 뺄 수 있는 표현은 빼서 최대한 필요한 단어로만 구성하는게 좋은 문장이라 생각해요. 멋진 문장은 수식에서 오는게 아니라 명료함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지요.
충분히 흥미롭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글이었음은 분명합니다. 본래 타인의 창작물에 왈가왈부하는 것 싫어하는데, 스스로 조언을 구할 때의 작가는 그 맘이 진심이란걸 알기에 그냥 지나치려다 제가 받은 느낌을 써보았어요. 도움 되는 부분이 있었길 바라며 늘 건필하세요.
참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