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9
2017-05-26 10:24:49
12
제가 아픈 여자 입장이라서 ... 저는 그 여자분 입장 너무너무 이해가요. 그래서 안타까워요.
그런식으로 살면 인간관계가 아작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으니까요...
인간관계는 노력이에요. 그 인간관계 중 최고 복잡한 게 연애구요.
근데 지금 노력은 작성자님만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러니 지치죠 ...
그렇게 아픈 사람 보살필 수 있는 건 부모밖에 없어요. 자식도 부모 병수발 3년이면 지쳐 나가 떨어져요
저는 심장병, 뇌혈관 기형, 심각한 허리디스크를 겪고 있어요 . 루푸스라는 난치병 판정도 받아봤고요.
학창시절 별명이 병자였어요. 병자.... 매일 아프다고 환자, 병자, 아픈 애 이렇게 불렸죠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생각하면 부끄러워요.
중2병이 심각하게 오더라고요 ;;; 아프니까 맨날 땅파고 들어가는 거죠
친구들이 남아있을리가 있나요.
웃긴 건 그래서 매번 남친을 사귀었어요. 지치고 힘든데 위로해 줄 사람을 찾아서 ...
가장 쉬운 방법이거든요. 제일 미련한 방법이고요 ...
너무 어려서 저를 위하는 게 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곁의 사람을 제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썼어요. 저도 모르게 말이에요
당연히 남친이랑 100일 이상 갈 수가 없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남들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인거죠...
그러다보니 주변에 사람이 안 남아나서 성격도 괴팍해졌어요. 피해의식같은 것도 생기고 ..;;
완전 악순환.... ;;;
고등학교 올라가서 친구는 없지 학업은 힘들지... 더 아팠어요.
여태 아프긴 했어도 공부는 손에서 놓은 적 없는데 고등학교 올라가니 성적도 뚝 떨어지고
왕따까지 당하면서 더 힘들어졌어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진리에요. 실제로 이 때 몸이 많이 안 좋아 졌거든요
결국 학교까지 자퇴하게 됐어요.
이후에도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남친들은 꾸준히도 만났는데 다들 오래가지 못했어요 (당연하죠 뭐)
그리고 보통 저를 배신하거나 상처주면서 떠나갔어요. 제가 그 사람들을 지치게 했던 거겠죠...
매번 비슷한 상처를 겪으면서 처음으로 제 문제를 돌아본 건 다시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였어요.
요양차 시골로 내려가 학교를 다녔는데 그 때 저를 돌아보면서 반성하게 됐어요...
저랑 비슷한 친구를 만나면서 제 모습이 어땠는지도 느끼고 ;;
이후부터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내일 죽어도 오늘은 웃어야지. 그래야 내일 내가 죽을 때 내 손 잡아 줄 사람이 있는거야'
<<좀 극단적이지만 억지로 밝게 밝게 밝게!활기차게 신나게 !!! 이런 척하면서 ....
이렇게 사니까 친구들도 생기고 새로 만난 남자친구랑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남들처럼 친구 사귀는 법을 배워갔던 것 같아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 불만을 표하는 방법, 감사를 전하는 방법 같은...
책도 많이 보고요.. 저를 사랑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종교도 도움이 됐어요. 쏟아내고 싶을 때 기도하면서 혼자 삭히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고요해지더라고요. 차갑게 식은 머리로 주변을 돌아보면서 다행이나 잘 참았다 하는거죠.
지금도 저는 많이 아파요
그리고 속마음은 진짜 우울해요. 백수로 몇 년째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있거든요. ㅜ..
그래도 주변 사람한테 그 스트레스를 풀지 않아요. 서로 상처만 된다는 걸 아니까요...
오랜 연애(7년)를 하면서 제 예비신랑에게 늘 조심하면서 살아요. 전전긍긍한다는 게 아니라
늘 저같이 부족한 점 많은 사람을 보듬어주고 사랑해주고 힘을 주는 제 남친에게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넘치는 사랑을 주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요.
물론 완벽하게 잘 하고 있다고는 말 못하겠죠 ㅜㅜㅋ
그래도 예전만큼 외롭지는 않아요..
그 여자분께 이별을 고하는 것에 너무 죄책감 가지지 마세요 .
그리고 잘 말씀해주세요. 보호자가 아니라 동등한 연인으로 사랑받고, 주기를 원한다고 ...
님의 지친 마음이 잘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여자분의 몸과 마음 모두 좋아졌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