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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8 14: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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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는 몇몇 문제가 있다고 봐요.
첫째는 의논하는 문화가 너무 갖춰져 있지 않아요. 빨리 주어진 문제에 해답을 찾기를 원합니다.
소스 코드는 빨리 버그를 잡아 해결을 하고, 진로는 빨리 길을 잡기를 원하고, 확실한 도서 몇 권을 추천받기를 원하고 ...
뭐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려고 질문하는 것이니 원칙적으로 틀린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심히 생략되고, 왜 그렇게 되는지는 그냥 넘어기는 건 좋지 않아요. 그리고 어떤 것을 확실하게 알려면 많이 시도해보고 실패도 해 보고 갈팡질팡도 해 봐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서 여러 의논이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처럼 빨리빨리 주어진 답 빨리 찾아먹기 식으로 가는 건 좀 아닙니다.
둘째는 게시판 시스템이 좋지 않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글쓰기 기반에서는 체계적인 지식 구축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십수년간 사용되고 있는 한국식 게시판 형태는 빠르게 새 소식을 여럿이 둘러 보기에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게시물들이 효과적으로 축적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수십가지 중복된 게시물들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그런 중복에 대해 아무런 제재나 처리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번 올라온 게시물들에 대한 검색이 매우 잘 되는 것도 아니구요.
프로그래밍에 대한 질답을 주고 받는 자리, 그러니까 지식에 대한 공유가 이뤄지는 곳은 그 나름대로의 설비가 갖춰져야 합니다 스택오버플로우가 그 좋은 예겠죠. 위키피디아도 다른 예가 될 수도 있고요, 아니면 여러 버그이슈트래커 등등도 사례가 될 수 있겠네요. 프로그래밍 특성상 한 번 올라온 질답에 대한 논의는 잘 아카이빙 되어 나중에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같은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가 지속될 수 있어야 하구요.
또 한 번 올라온 이슈에 대해선 상당히 강하게 중복을 방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같은 질문을 올리면 이 질문은 이전 어느어느 것의 중복이다는 통지 + 링크라든지요. 글을 중복해 올리는 것이 매우 좋지 않은 행위라는 인식이 공유되어야 해요. 사실은 약간 부끄러워도 해야 해요. 내가 그만큼 모르는 것에 대해 검색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당연히 아카이빙 된 자료는 잘 찾을 수 있도록 되어야 하구요.... 소스 코드의 표시와 인용 등도 편리해야 하구요... 뭐 많죠. 이런 게 잘 안 되면 프로그래밍 게시판은 그냥 개발자들의 잡답공간에 불과하게 됩니다. 물론!!! 이건 정말 이상적인 말이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 거죠. 또 이게 여기만의 문제도 아니구요.
잡설입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