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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31 21: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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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표현합니다.
역사는 단순한 사실에 대한 암기가 아니라 concept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죠.
국가에 대해 누군가는 다양한 사회 세력들의 매개체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힘있는 자들의 집행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위대한 실체라고 말합니다.
어느 견해가 타당한지는 과거의 다양한 맥락과 현재의 시의적 상황에 따라 달리 음미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미국에서 탄생한 대통령제는 미국 헌법의 제작자들의 독특한 산물이었습니다. 그들이 생각한 영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당파에 의해 의회가 휘둘리고 다수의 전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새롭게 탄생할 미국은 다양한 이익들과 사회 세력이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연방 전체의 공공선을 달성할 수 있는 대통령이 당파적 이익에 치중할 수도 있는 의회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 남기를 기대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역할도요.
또한 현재의 고전적 자유주의가 주장했던 상대적 우위에 따르는 자유 무역과 교역은 결국 국부를 증진시킬 것이다라는 공리의 환상은 중국에서 벌어졌던 아편전쟁으로 벗겨져 버렸죠. 면직물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은이 유출되자 국가 주도로 '마약 장사'를 했고 이를 막으려는 청나라의 시도를 '군대'로 진압하는 그 모든 장면에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라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이런 견해에 대한 반박도 존재하고 그러한 논리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 근거는 역사라는 점에서 우리는 역사의 규범적 속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규범에 대한 일차적 접근이 바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concept입니다.
작성자가 고등학생이라고 하셨으니, 아마 학교에서 [국사]를 배웠겠지요? 우리의 [국사] 교육은 사실 나열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교 뭐시기 교과서도 있지만요. 과거의 통치구조, 무덤 양식이 중요치 않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역사를 생각하고 싶다면 그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본인이 어떠한 생각들을 끌어내어 현재를 바라볼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