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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9 00: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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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군대에서 사격후 고주파난청 진단을 받았고 (군병원 민간병원 모두) 이명 현상도 있습니다.
훈련소에서 분대장들이 귀를 막고 쏘라고 해서 대충 막고 쐈는데 며칠간 분대장의 구호나 명령 소리가 잘 안들리더군요.
눈치껏 동기들 따라하면서 버텼더니 3~4일 지나서는 괜찮아졌습니다. 동기들은 반나절이면 괜찮아졌는데 말이죠.
그래서 직감이 왔죠. 나는 귀를 꼭 막아야 하는거구나.
자대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사격훈련이 있었고 사격장에서 귀를 막으려고 휴지를 준비했습니다.
그때 막내 이등병인 저에게 병장 두명이 와서 자기들도 그냥 쏘는데 이등병이 미쳤다고 귓구녕을 막고있다며 갈구더군요.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연신 하고 귀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사격했죠. 그때는 귀마개 같은 장비도 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격 실력은 뭐 훈련소에서는 통과 수준, 자대에서도 뒤쳐지지는 않는 수준이었어요.
사격 후 강소령님이 병사들을 모아놓고 뭐라 하시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들리지 않는겁니다. 웅얼웅얼거리는 것처럼요.
그래서 바로 위 고참에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하니 좀 있으면 괜찮아질거랍니다.
하루 이틀... 뭐 일주일이 지나도 그대로더군요.
'잘못들었습니다!'
이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점호시간에 내 뒤에서 귀에 손가락으로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고 나서는 반응이 없으니 진짜 안들리는갑다 하더군요.
일주일 이상... 볼펜 딱딱거리는 소리 젓가락 부딫치는 소리 등 날카로운 소리는 모두 안들렸습니다.
사람들 목소리도 물속에서 말하는 것 마냥 제대로 들리지 않고...
대전 군병원에 가서 간단한 검사와 함께 고주파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것은 치료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죠. 신경 손상이라고.
군의관분이 이상하게도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같은 분이었는데 꾸준히 외진을 오라고 하셨습니다.
기록을 남겨놔야 나중에 증명하기가 쉽다면서요.
군병원이라 그럴까 하고 휴가 나와서 민간 병원에 가봤지만 똑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약을 주긴 하겠지만 지료를 할 수 있는건 아니고 그냥 더 나빠지지 않게 도움을 주는 정도라고. 자연 치유를 바랄 수 밖에 없다고.
몇 달 동안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외진은 고참들 눈치 보면서 2주정도에 한번씩 다녔던 것 같고
일상생활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 정도다 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네 크게 지장은 없죠. 글쓴이처럼 박수소리나 특정 소리들을 들으면 이명이 심해지고,
고주파가 안들리기 때문에 시끄러운 곳에서는 소리가 구분이 잘 안되는 정도입니다.
음악듣는걸 정말 좋아하는데 심벌 소리같은게 좀 잘 안들린다거나...
저는 알았어요. 귀가 민감해서 사격을 그냥 하면 나는 문제가 생길거라는걸.
하지만 고참들이 갈굼을 받으면서 군생활 하는 괴로움을 감수하지 못하겠어서 그냥 사격했는데
이정도인줄 알았으면 그냥 끝까지 막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 인생에 가장 후회가 되는 사건이었어요.
글쓴이 사연이 저랑 비슷해서 이렇게 길게 적어봤어요.
군대 다녀오는 분들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몸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p.s. 유X민 황X민 니네 나랑 동갑이었는데 그렇게 갈궈서 귀 병신 만들어놓고 ㅋㅋㅋ 다시는 마주치지도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