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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1 16: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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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마 "상황" 이 만들어주는 것도 있을 걸요...?
가족들이 스틱 커피가 편하다 그래서 사다놓고 마시던 시절, 그렇게도 종종 마셔봤는데...
군대에서 벌벌 떨며 커피 한 잔 마시던 느낌은 역시 안 나더라구요.
...솔까말, 오뎅 국물은 역시 꽁꽁 얼어터지는 겨울에 포장마차나 좌판 있는 가게에서 서서 먹고 마시는 게 제일 맛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가 꽤 먼 곳에 있었는데, 아침 저녁으로 타고 가야 하는 버스도 걸어서 30분 거리에서 타야 했거든요.
야자 다 끝내고 나면, 최악의 경우 버스 자리 모자라고 막차까지 끊겨서 학교에서 집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어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렇게 걸어오니까 대략 자정 언저리.
한 달에 몇 번 정도 들르는 식이던 단골 아닌 단골 오뎅집 가게 앞을 지나치는데, 아주머니가 불러세우시더니.
"이거 좀 마시고 가라. 얼굴 색이 이게 뭐니." 라고 하시면서 오뎅 국물 담은 종이컵을 내밀어주셨습니다.
그때 마셨던 오뎅 국물 맛이 지금도 안 잊혀집니다.
제 인생 최고의 오뎅 국물을 꼽으라면 지금도 그 순간의 오뎅 국물입니다.
그 뒤에 같은 가게에서 같은 걸 먹어봐도 그때의 감흥은 안 올라오더라구요.
상황이 만들어주는 쾌감이 더해진 맛이라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