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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0 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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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잘못 해석하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다른 외전이 나오면서 여러 이야기가 더해진다고 해도, 연방의 하얀 악마 아무로 레이라는 뉴타입 때문에 지온의 시나리오가 대대적으로 뒤틀린 건 부정할 수 없거든요.
마 쿠베 관련 스토리만 봐도 아무로 레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시나리오를 뒤틀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게.
아무로 레이가 건담을 몰고 탈영? 탈주? 했다가 발견한 게 마 쿠베의 비밀 광산 기지였으며, 결국 자폭까지 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샤아가 개입되어 있다고는 하나, 화이트 베이스와 건담에 의해 전사한 가르마를 위한 "원한 갚기" 라는 명목으로 람 바랄이 파견되었다가 역으로 격파당하는 사건 또한 아무로가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또한 마 쿠베가 오데사 공략작전을 저지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수소폭탄 카드를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저지한 것 또한 아무로였습니다.
비밀 광산 기지 발견 및 수소폭탄 저지 등과 같이, 지금 기준으로 봐서는 개연성 등등을 오로지 뉴타입의 능력 또는 "우주의 가호" 정도로 퉁쳐버린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이건 1970~1980년대에서 원래 저런 식으로 퉁치는 게 많았으니까 대충 이해한다 치고.
- 수소폭탄 저지 관련은 너무 막나간 스토리라서 건담 오리진에서는 일단 제외시키고, 쿠쿠르스 도안의 섬 에서 직접 자폭시킨 것으로 묘사된 것으로...
지온이 자원 수급을 위해 기껏 만들어둔 비밀 광산 기지를 냅다 발견해버리질 않나.
쿠쿠르스 도안의 섬에서도 결국 수소폭탄을 직접 썰어버리지는 않았으나, 쿠쿠르스 도안의 수소폭탄 발사 저지 의도를 아무로가 돕는 식입니다.
직접적으로 오데사 공략작전에서 깃발을 꽂는다는 수준만 아닐 뿐, 지구상에서의 싸움 (중력전선) 만 봐도 지온이 준비했던 시나리오의 근간부터 죄다 꼬아놓아버린 게 중심인물 중 하나가 아무로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우주괴수 아무로 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아무로 레이와 건담이 "연방의 하얀 악마" 라는 이명으로 지온의 온갖 어그로를 끌어준 덕분에 연방은 루움 전투에서 입었던 대대적인 피해를 씹어삼키고 GM 과 건탱크 등등의 양산형 (이후 다른 시리즈에서 양산형 건담, 양산형 건탱크 등등이 추가) 을 통해 질적 양적 측면 모두에서 지온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겁니다.
건담 오리진에서 좀 더 상세하게 언급되는 남극조약 당시 레빌이 "지온에 병사는 없다" 라고 선언하고 철저항전을 선언하긴 했으나, 남극조약 당시만 생각하면 연방은 상당히 몰리는 상태였습니다.
모빌슈트의 현실성은 일단 완전히 밀어놓기로 하고.
함대전이라는 기존의 우주전투 패러다임에서, 모빌슈트라는 "기동전" 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해버린 상황도 혼란스러운데.
루움 전투에서 연방은 주 전력의 상당량을 대파당한 상태였기에 , 이도 저도 못 하고 지온의 시나리오에 완전히 휘말린 상태였습니다.
하다못해 양산형 모빌슈트 개발에도 아무로가 심대한 영향을 끼친 게.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같은 것에도 나오고, AI 의 기반이 되고 있는 신경망 학습 - 머신 러닝에서도 나옵니다만.
결국 모빌슈트는 컴퓨터의 제어 보조가 필수적이며, 이러한 제어 보조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막대한 동작 데이터가 누적되어야 가능합니다.
그 동작 데이터의 근간을 아무로가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어떤 의미로는, 우주괴수 아무로가 각성해서 검은 삼연성을 비롯한 수많은 에이스를 썰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에 "연방의 하얀 악마" 에게 집중된 어그로를 감당해낸 것이고, 그 어그로를 감당하는 긴 시간 동안 연방이 "회복" 해서 1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봐도 되는 거죠.
그렇게 회복할 수 있는 근간 중 하나에 양산형 모빌슈트의 제어프로그램을 성립시키는 요건 중 하나를 아무로가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아무로 없이는 불가능한 점이고요.
설정 등등을 잘 보면, 지온이 할 짓 없어서 전쟁을 낸 건 아닙니다.
물론, 레빌을 돌려보낸 데긴 자비의 목적은 루움 전투 이후 조기 종전이었으나, 레빌의 항전 호소 연설이 나와버리면서 다 뒤틀린 것도 분명 큰 역할을 했습니다만, 그 당시의 연방은 상당히 침체기에 빠져있었다는 것도 팩트라는 거죠.
지온의 시나리오에서 "지온이야말로 진정한 뉴타입" 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의 근간이 뒤집어지는 계기가 바로, 하필 우주세기 찐 톱클래스 우주괴수가 연방쪽에서 나와버린 것이라는 점 자체도 의미심장하고요.
에이스 하나가 전쟁을 뒤집어서 승리로 이끄는 건 어렵더라도, 어그로를 땡겨서 시간 벌이를 충실하게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지온의 시나리오가 아주 제~대로 말러벼린 거라고 봐도 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