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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9 08: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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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발상입니다. 하지만 저하고는 생각이 약간 다른 것 같네요.
결정론자가 아니더라도 인과율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정론자와 비결정론자의 차이는 "우연"이 존재하느냐 절대 존재하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에 떠다니는 먼지 한톨조차 우연한 움직임은 없고, 인간의 모든 판단, 결정 아무리 작은 사소한 결정이라도 우연이 존재하지 않고 앞의 사건에 종속되어 벌어진다고 하는 것이 결정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내가 4천원짜리 물건을 사면서 천원짜리 네장을 내는 것이나 5천원짜리를 내고 천원을 거슬러 받는 것 조차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사건들로 인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이죠. 단순한 사건의 인과는 누구나 인정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순서도 이미 결정되어 있고, 기분에 따라, 혹은 공정 여건에 따라 순서가 바뀌는 것도 이미 결정되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불량부품이 나오는 것도 결정되어 있고, 불량 부품을 걸러내지 못하고 조립하는 것도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죠. 물론 불량 부품으로 인하여 성능에 큰 문제가 생길지 아니면 큰 영향이 없이 잘 운행할 수 있을지도 인과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정론의 문제는 인간의 자유를 부정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뭔가를 하고 무슨 생각을 하더라도 사실 우리의 자유 의지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신만의 원인, 조건(?), 초자아,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수행할 뿐이라는 관점이거든요. 우리는 정보가 입력이 되면 그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단말기에 불과하다는 관점이 결정론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벌어진 사건을 사후적으로 완벽하게 재구성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정론이 맞는지 아닌지는 참 검증하기가 불가능하죠. 다만 라이프니츠처럼 결정론적으로 바라봤을 때 얻을 것이 있고, 사르트르처럼 우연으로 바라봤을 때 얻을 수 있는 철학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세상에 완벽한 결정론자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결정론은 필연적으로 종교와 연관이 될 것인데 저는 종교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