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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0 23: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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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쓰다보니 길게 되었네요. 생각나는대로 쓴 것이라 정리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빠트린 부분도 많고요.
음... 윤리학에서 남성중심적인 것과 여성주의 윤리학으로 나누기도 하는군요. 그런데 이것도 마법의 단어인 미소지니를 쓰면... 여성은 이성적이지 않고 논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즉 학문에 어울리지 않는 감정적인 존재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성은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자궁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철학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유명한 여성혐오성 말이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 않네요.)
위에서 이야기한 것은 주로 페미니즘, 즉 여성주의의 리더 역할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팔로워 또는 수용자나 추종자도 물론 생각해봐야겠지요.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한번 기울면 그것을 잘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생각을 바꾸는 것 보다 그렇게 믿고있는 것에 대한 증거들이 더 눈에 잘 들어와요. 게다가 어떤 선택을 한 후 그것이 옳다는 합리화를 하기도 하고요. 저도 그렇고 길바닥의묘님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영국드라마 중 허슬이란 것이 있습니다. 사기꾼들 이야기인데요... 사기를 치려면 "먼저 받아내라"고 합니다. 작은 것, 예를 들어 공짜 술 한잔이라도 받아내면 술을 준 사람이 술을 받은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선택후 지지 편향"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술 한잔 공짜로 마시고 선택후 지지 편향을 가지도록 한 후 그것보다 조금 더 귀중한 것, 예를 들어 소액을 빌린대요. 그리고 조금 더 큰 돈을 빌리고 계속해서 큰 돈을 빌리고요. 다른 이야기지만, 전투중에 잡힌 군인을 전향시키려면 이런 방식을 쓴다고해요. 처음에 너희 나라의 나쁜 점을 이야기해도 포로들이 반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너희 나라에 대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네가 이야기하라고 하면 나쁜 점도 이야기한답니다. 나쁜점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도록 하면, 일단 나쁜 점에 대한 선택을 한 후에 그 근거를 스스로 찾는답니다. 계속 진행하면 결국 자신의 나라가 나쁜 나라였다는 것을 마음 속 깊이 믿게된다고 해요.
친구들이 모두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나도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게되겠죠. 처음에는 조금 이상한 것이 있어도 내가 뭘 모르고 있는거겠지 싶구요. (성경을 읽어야죠... 82로 시작하는.) 계속해서 222, 333, 444 하다보면... 즉 모든 사람들이 그것에 찬성하는 것을 보게되면 결국 어떤 선택을 합니다. 그 후 보게되는 "증거"들은 그냥 믿을만한 것이 되는거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의 반은 여자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왜 여자가 그만큼 되지 않을까요? 이상하잖아요? 이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증거가 됩니다.
물론 실제로 이 현상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평등하지 않은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기회가 평등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정치에 관심있는 여성의 수가 남성의 수 보다 월등히 적어요. 여성들에게 어려움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완전한 평등이 이뤄졌다하더라도 여성들이 정치보다는 다른 것을 선택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정치에서도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어드벤테지를 여성에게 주는것은 사회를 위해 더 좋습니다. 문제는 그 어느 정도입니다. 정치인 중 여성자원은 남성보다 훨씬 적은데 우리나라 사람의 반이 여성이기때문에 국회의원의 반이 여성이어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동의하기 힘듭니다.
여성 정치인이라면 위에 말한 "기울어진 운동장"의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페미니즘을 선택한 여성은 그것을 증거로 인정할 것이고요. 아마도 영화를 같이 본 친구분은 이미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런 함정에는 누구나 걸려들 수 있는 것이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올바른 토론"을 한다면 벗어날 수도 있을것입니다. 아 이건 그런 면도 있었군, 이건 조금 이상한데, 이건 동의할 수 없는데 등등. 계속 이야기하고 생각하다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이건 이것인것 같아라고 자신의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생기게되겠죠.
페미니즘을 종교로 가진 교회에만 출석하면서 벗어나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종교란 그런 것이잖아요. 저는 예전에 https://ko.wikipedia.org/wiki/이프_(대한민국의_잡지) 와 https://ko.wikipedia.org/wiki/일다 에 올라오는 글을 재미나게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댓글로 올라오던 반대되는 글도 재미있는 것이 많았고요. (그곳에서 활동하거나 토론하지는 않았습니다.) 100개의 페미니즘이란 말이 나오기 전에 코르셋(지금은 주로 화장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보다 넓은 개념이에요)이니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이니 하는 말이 많이 쓰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즈음, 다른 곳에서 토론하다가 페미니즘이란 것은 결국 미쓰(myth)인 것 아닐까 싶어졌습니다. 요즘은 미스(mis- 또는 miss 혹은 Miss)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다른 종교가 그렇듯 이것의 반종교도 종교인 경우가 있기도 하고요.)
아마도... 한국의 페미니즘이 스스로 자기해소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이용하는 세력도 있는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