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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4 10: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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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는 으스스한 기운이 흘렀다. 밤에 숲을 지나는 사람은 저주를 받는다고 말리던 아낙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등에 진 봇짐을 내일 아침까지 전달해주지 않으면 집안이 망할지경이라 할 수 없었다. 겁에 질린 상태로 걷던 중에 고양이 한마리가 불쑥 앞을 막았다. 놀란 가슴을 추스리고 말린 북어쪼가리를 던져 주었다. 냉큼 받아먹은 고양이가 어깨위에 올라타 자리를 잡았다. 쫓아버리려다 말동무나 하자고 걷는데 수풀들이 술렁거리더니 검은 안개에 안광만 번쩍이는 존재들에게 둘러 쌓였다.
들개 떼였다.
"이 숲은 우리의 낙원. 환영받는 자여, 우리와 하나되어 우리의 사랑을 받으리라." 검은 안개 속에서 나즈막히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 도망쳐야 해." 고양이가 속삭였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는 사이 검은 안개가 발목을 지나 허리로, 어깨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카릉!" 어깨 위에 올라탄 고양이가 불쾌한 듯 울부짖었다. 그제야 발걸음이 떨어졌다. 정신 없이 달리다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몇 걸음밖에 도망치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작았던 고양이는 어느 새 호랑이만큼 커져 있었다. 점점 커지고 있었다. 아니, 내가 작아지고 있었다.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몸이 작아지는만큼 생각도 작아지는지 이 숲에 왜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도망쳐야 한다,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한다는 그런 기억만이 떠오를 뿐 이였다. 얼마나 달렸는지 모른다.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쳤을 때 몸을 숨기기에 적당한 장소가 보였다. 이제는 괜찮겠지, 안도감이 떠오르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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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예전부터 강아지를 기르고 싶었다. 그래서 집앞에 새끼 강아지가 박스에 버려진 것을 보고 바로 데려왔다. 부모님이 반대를 했지만 결국 허락을 받았다. 촉촉한 코와 귀여운 얼굴 뭉실 뭉실한 털과 따뜻한 체온 모두 사랑스러웠다. 이불에 오줌을 싸고 숙제를 물어 뜯어도 귀여우니 모두 용서가 되었다. 그런데 학교를 다녀오니 강아지가 보이지 않았다. 감쪽같이 사라진 강아지를 찾아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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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고양이가 강아지를 건드렸다. "네가 누구인지 기억해야 해~" 얼마나 정신을 잃었는지 모르겠다.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 짐승이 머리를 햟았다. 겁이 나고 두려웠다. 철수는 어디갔지? 철수의 냄새를 쫒아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야옹~" 듣고 싶지 않다. 머리가 아프고 몸이 떨려왔다. 더 깊숙히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한번 들었던 그 짐승의 울음소리는 아무리 피해도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아. 머리를 감싸며 손으로 귀를 막았다. 손으로...? 손으로...! 그 순간 깨달았다. 커다란 이불이 내 몸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나에게 손이 있음을.
아직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곳도 더 이상 나를 숨겨주지 못하는 것 같다. 안전한 곳이 필요하다.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수 있을 때 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