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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9 17: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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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 개의 이야기, 당신의 소원은 네번째의 이야기가 된다.]
또 그 쪽지가 집 우편함에 꽂혀있을 때,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쪽지 뒷면에는 시간과 장소가 적혀있었다.
아무도 가지 않는 폐가. 시간은 자정.
어째서야? 가지 않기로 하지만 어느새 나는 채비를 한 후 길을 나섰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서 쪽지로 내 행선지 정도는 집에 남겨두고서.
음산한 폐가가 다시 무섭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했어요? 내 입은 열리질 않았고 폐가도 대담이 없다.
똑똑.
두드리고 싶지 않은데도 폐가의 문을 두드렸다. 문에서는 썩는 나무의 냄새가 났다.
"계십니까?"
-헤헤.
"우왁!"
갑자기 튀어나온 양의 얼굴에 다시 벌러덩 넘어졌다.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해?
양은 넘어진 내게 사람의 손을 내밀어 일으켜세워줬다. 가느다란 목소리를 듣기 전부터 눈 앞의 인물이 여자이고 양 가면을 쓴 것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그렇습니다만..."
-나도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해. 어서 방을 향해 가자. 모두 기다리고 있어.
양 가면의 여자는 내 말을 자르며 그대로 나를 잡아끌었다.
어두운 복도를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틈이 생긴 벽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는 비웃음 같이 들렸다. 혹시 내가 이미 지옥으로 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양 가면을 쓴 여자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여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돌아가고 싶구나? 너, 내가 지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혀를 씹어버렸다. 확실히 여자를 포함해 폐가는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나는 정신병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쪽지를 들이내민다.
[세 개의 이야기, 당신의 소원은 네번째의 이야기가 된다.]
어느 날부터 떠돌아 다니는 소문. 세 개의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소원은 네번째의 이야기가 된다는 이야기.
-궁금해서 오지 않았어? 킥킥킥.....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병자라도 좋으니 나 좀 구해줘.
-그래서, 우리 이야길 들을거니? 아니면 가버릴거니?
양 가면의 여자는 눈물을 훔 가면 너머로 날 쳐다았다. 울고 있었음에도 그 모습은 기묘도 아무런 감정이 없는 무기물이 사람을 흉내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거절하지 않고 싶었지만 거절했다.
여자, 남자, 남자, 여자가 가면을 벗는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