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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3 1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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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보다 조금 더 전인가, 1년 넘게 백수생활을 하고 있었죠.
친구 만나기도 비참하고, 일자리 찾는 것도 나태해졌어요.
한 친구 녀석은 전문대에서 조교를 했는데, 그때 월급이 70만 원 정도였던 것 같네요.
그 녀석은 내가 삐뚤어질까 봐 거의 매일을 불러 냈어요.
술 사 먹이고, 밥 사 먹이고, PC방 데려가서 스타하고, 디아블로하고…
70만 원 많다면 많은 돈이지만, 사실 물가에 비하면 별 것 아니거든요.
자기 살기도 빠듯할 텐데, 그걸 날 위해 그렇게 1년 정도를 썼네요.
한 날은 너무 미안해서 어머니께 돈 만 원을 얻었어요.
그 친구를 불러내 광안리 바닷가에 앉아 컵라면에 새우깡을 사서 소주를 깠네요.
그게 추운 겨울이었거든요. 군말 없이 같이 앉아서 건배 몇 번 했어요.
전 속으로 울고요.
어렵사리 취직한 곳은 박봉이었죠.
1년 넘게 쉬니까 아무 곳이라도 들어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무일푼이던 제 생활이 그 박봉이라도 만나니 든든한 겁니다.
근데, 드라마처럼 그 친구가 조교생활을 끝내고 일자리를 찾고 있었어요.
상황이 반대로 된 거죠.
매일 불러냈어요. 받은 것 이상으로.
그 친구도 1년 쫌 못 되게 취직자리 못 구해서 그러고 있었는데,
이게 여간일이 아니더라고요.
돈도 돈이거니와 몸이 말이 안 되게 힘든 거예요.
집에서 놀 땐 그런 것도 몰랐는데, 일하다 보니 몸이 벅찬 거죠.
그걸 그 친구는 1년 넘게 한 거예요.
똥파리 이 개새끼가.
지금은 서로 자리도 잡은 서른 중반을 넘긴 아저씨들이 됐지만,
백수 시절 때 친구들한테 불려 다닌 기억을 하면, 저러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