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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08: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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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영화 속 대사 한 줄이 블라인드 먹었네요.
다행입니다.
전 쓰고 나서 '아, 아무도 이런 내용에 관심 안 가지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 댓글이 다른 사람들 심기 불편하게 한 듯해서 오히려 기분 좋아졌습니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그 댓글에 분노하셔야 합니다.
다른 분들 말씀 다 맞는 거 같습니다. 근데, 이런 생각을 해 봐요.
과연 다큐멘터리로 제작했으면 몇 명이나 봐줬을까.
배우와 제작진 대부분이 노개런티로 참여한 이유는 영화 제작 의도에 공감해서였겠죠.
투자자들이 민감한 주제 때문에 눈치 봐 투자하지 않고,
언론사나 광고주, 거대 권력에 반하는 내용으로 제작한 영화가 과연 그들이 돈벌이 목적만 있었을까요?
돈이 없어 국민에게 광고를 위한 비용까지 도와 달라고 펀딩할 정돈데,
평생 함께 해야할 연예계의 치부를 드러내 그들의 눈밖에 나면서까지 왜 이들은 이런 영화를 찍었을까요?
시체팔이 시체팔이….
이렇게라도 재조명하지 않으면 과연 우린 몇 명이나 기억해 줄까요?
영화 안 보신 분들 때문에 밑에 내용은 스포일이 될 수 있겠네요.
제 글 더 안 보시고 내리셔도 됩니다.
이 영화엔 우리가 기대하는 카타르시스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에선 그렇지 않으니 통쾌하게 복수하고 심판받는 더러운 권력들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더 울분만 쌓이죠.
그러면서 감독은 자막 한 줄을 넣습니다.
"연예인 성상납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만약 답답함을 해소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면,
우린 명을 달리한 그녀에게, 또 음지에 있는 노리개들의 한을 어느 정도 풀어 줬다고 생각하고 마음 놓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죠.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죠. 변한 게 없습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노리갯감이 되고 있을 그녀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의도는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