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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0 20: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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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는... 남편분이 내면이 공허한 사람 같아요.
단순히 버릇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글쓴이님이 남편의 진심을 알면서도 짜증나고 더이상 못받아주겠는 이유도, 내면이 공허한 사람을 상대하는게 지치는 일이라서 그래요.
내면이 공허하다는건, 자기 스스로 자기를 정의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남편분이 '나는 이러한 개성과 의견을 가진 존재야'라는 관념을 형성해 가기 위한 방법이 "안티 아내" 인겁니다.
너는 이게 좋아? 나는 그럼 이걸 좋아하는 독립적 인격이야.
이거에요.
자기 내면이 꽉찬 사람은 타인의 의견에 공감할 줄 알고 동조하는것을 두려워하지 않죠. 동조한다고 해서 내가 저사람에게 휘둘리는게 아니고 나는 나 라는 자신감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남편분은 애초에 '자기'가 약하니, 아내 말에 처음부터 동조하기가 두려운겁니다. 그게 '님이 서 라고 말하면 남편은 동'이라고 말하는 이유같아요.
선물 문제나 여행문제 다 이 선상에 있을것 같습니다. 내가 아내에게 주고싶은 선물을 스스로 발견하거나, 내가 가고싶은 여행지가 뚜렷하게 있지 않은데, 그걸 인정하기 싫은거에요.
그래서 아내가 원하는걸 말하는 순간 이미 자기 의견도 그걸로 결정되었으나, '내가 줄것 같냐' '나는 거기 별로더라' 하면서 잠시 나는 독립적 개체임을 뽐내는 거에요.
아.... 이렇게 적는 제가 다 피곤해지네요.
잘해줘도 님이 짜증날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