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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9 14: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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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무렵, 봄에서 여름 넘어가던 시기
아빠 지인분이 아파트에서 키우던
병아리소리와 닭 소리가 같이 나기 시작한 닭 한마리를 주셨다
그분의 딸이 병아릴 사왔고 중병아리까지 키웠지만
아파트에서 시끄럽게 우는 닭을 감당하기 어려워
주택에 사는 우리에게 보냈던걸로 기억한다
그날 이후
세살 어린 동생과 동네 부식가게 들려
버리는 채소잎을 받아오고
노란색 조와 쌀도 챙겨주고 개미도 잡아와주고
온동네 자랑하면서 산책다니고 나름 잘 키웠던것같다
물론 잡아 먹자 하는 사람들도 참 많았었고..
그 다음해 가을 무렵
엄마 심부름으로 부식가게 근처에 있는
새로 생긴 통닭집에 동생과 함께 심부름을 갔었다
키우는 닭과 주문 한 통닭이 같다는 생각은 안했다,
그저 순수한 마음에
우리집에도 닭이 있다며 자랑했고
그 분은 하필 우리집 위치를 물어봤고
난 그걸 또 열심히 대답했네 ㅋ
진짜 그 다음 날
피아노 학원 갔다오기 전 까지 있었던 꼬꼬가
감쪽같이 사라진것이었다
꼬꼬의 집 지붕은 나무판자였고 항상 비스듬하게 올려뒀는데,
똑바로 올려진 나무 판자를 보며 누군가가 훔쳐갔다고 확신했다
한동안 동생과 온 동네를 울면서 꼬꼬를 찾아 다녔고
그 전날 통닭집 아주머니께 말한 내 자신을 원망했다
그 통닭집 지나갈 때 마다 눈을 흘겨보며
참 미워했었던 기억이 난다.
살던 집 벽에 꼬꼬가 보고 싶다는 글도 적었었고,
잃어버린 상실감에 힘들어하니
엄마는 우리에게 십자매 한쌍을 선물해줬다
꼬꼬처럼 살 부대끼며 놀지 못하는 십자매는
신발장 위에 장식처럼 있었고,
십자매가 낳은 알이 새끼로 태어날 바랬었던 기억만..
꼬꼬가 그립다는 글을 쓴지 13년지나
새집으로 이사하게 되었고,
동생은 상병쯤 달았을 때 우연히 엄마 입에서 나온
꼬꼬의 행방은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었다.
옆집 아줌마의 성화에 못 이겨
우리가 학원갔을때 잡아가라 했었고
그 아줌마는
뽀실뽀실했던건 다 털빨이었다며 먹을게 없었다 했다고..
그 당시 스물 중반이 넘었었지만 그 충격은
별로 친하지 않던 남동생에게 전화해서 말하고픈 만큼,
그리고 짤방과 위에 댓글로
28년전 일을 이렇게 기억할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