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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13: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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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일수록 안하무인일 확률이 크겠지요
저는 의사, 교수 집안은 평범한 축에 속하고, 카지노, 조선소, 영화관 등 어마어마한 사업을 운영하는 집의 자제들과 함께 사립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지역 최악의 슬럼가 옆에 위치한 중학교에 입학해서 생전 처음 겪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버지의 주폭으로 머리에 피딱지가 얹힌 채 등교하는 아이, 사소한 말다툼에 주먹이 먼저 튀어 나오는 아이, 도벽이 있는 아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아이, 어제 뒷산에서 본드 불었다는 얘기를 자랑스레 하는 아이 등, 내가 원숭이 우리에 들어 와 있는 건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비록 가정 형편은 좋지 못하지만 순수하고 이타심 많은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그 집에 놀러 가니 역시나 아이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엮어가는 화목한 부모님들이 계시더군요
물론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사람의 인성은 경제 형편보다는 부모의 가치관과 자식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중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쓰러져 가는 오두막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동시대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제가 그들에게 아직 적응하지 못했을 당시, 그네들도 전혀 다른 프레임에서 얘기하고 있는 저를 안하무인이라고 생각했겠지요
자궁 속에서 약물이나 큰 충격을 받거나 해서 타고난 본성이 악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관찰한 경험만을 토대로 봤을 땐 비행과 범죄 쪽으로 흐르는 사람들은 성장 과정 중에 비뚤어질 만한 계기가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를 형편없이 낮게 매기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