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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1 14: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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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나 스포츠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고 실은 정대세에 관해서도 잘 알지 못하지만(게다가 시합 전 한껏 예민한 상태에서 아내를 안절부절 못하게 하는 장면을 보고, 개인적으로는 살짝 비호감인 인물), 댓글 단 죄(?)로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네요
[너무 나이브하게 사상의 자유를 추구하다보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자고 날뛰는 자들에게까지 사상의 자유를 주게 됩니다]
이건 전형적인 미끄러운 비탈길의 오류입니다 정대세, 박사모 정도의 발언은 우리 사회에 아무 위협도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박사모의 정신세계는 왕조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어떤 가치나 대상을 믿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해오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틀렸다고 한다면, 절실히 대상에 의지한 사람일수록 현실보다는 믿음을 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송두리째 부정된다고 느낄 만큼의 두려움을 감내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이것을 인지부조화 현상이라고 합니다
허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지부조화는 누구나 겪고 있습니다
정대세의 경우 내재적 관점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지요 그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총련계 조선학교를 다녀서 3대 세습체제를 찬양하는 것에 별 거부감 없이 자라왔을 겁니다
우리 역시 삼성가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 3대 세습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 않나요?
물론 그가 북한 국가대표나 김정은 존경 멘트를 거부하려면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인간 행동의 복합적인 원인과 요소를 하나로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타인이 함부로 재단하려 해선 안되지요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푸틴 독재 체제를 무조건적으로 긍정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저도 주사파나 박사모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지만 나찌즘같은 타인종 혐오 따위가 아니라면 개인의 사상을 굳이 건드려서 택배박스 개봉하듯 열어볼 자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일반적으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사상을 갖고 있기에,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가지고, 그 사고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 역시 인정하는 편입니다 나와 반대되는 생각이 지켜져야 내가 가진 생각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읽어보니 스틸하트님도 그에 대해 물리력을 동원할 정도는 아니고 어느 정도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는 의견인 것 같군요
그런데 제가 의아한 부분은, 하필 '아나키스트'를 자임하는 분이 왜 그 역할을 맡고 계시는가 하는 점입니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쓸 데없는 인신공격이 될 것 같네요.
일단, '자기의 주장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아나키즘이 표방하는 내용은 어떠한 형태의 위계질서나 권위도 인정하지 않고, 특히 정부라는 지배형태를 거부하는 것이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릴 보편적 권리, 그들 자신이 부정하고 있는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하셨는데, 정부를 거부하면서 정부 지배의 '현실적인 이익은 온전히 누리고 있는 것이 저는 왠지 못마땅하게 느껴집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정대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적극적으로 옹호할 생각도 없으며, 스틸하트님을 굳이 공격할 생각도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모순을 안고 살아간다는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