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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2 14: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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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엔 노화정복 불로불사 영생기술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는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잠잠해지고 이제 MiŜatasVin님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주제의 글을 계속 올리시니 멀쩡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 입장에선 불편한 마음이 있습니다
차라리 붓다 같이 인생은 고통이지만 고통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출생 자체가 고통의 생산이라는 주제는, 연장해보면 히틀러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하지요
집시나 유태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인간 전체의 출생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까요
아마도 작성자님의 현재 상태가 매우 고통스러운 상태인 것으로 짐작이 갑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굳이 이런 주제를 파고 들지 않겠지요
15년 간 기르던 강아지가 수명이 다해 하루하루 생명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
그리고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달려가 마지막 남은 온기를 아까워 하며 가슴 찢어질 듯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껴봤습니다
반려동물이 죽고 난 후 다시 다른 반려동물을 들이지 못하겠다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직접 경험하고 나니 15년 동안 강아지가 나에게 주었던 무조건적인 사랑의 무게보다, 떠나 보낼 때의 슬픔의 무게가 더 크다는 걸 알았기에
나 역시 다시 다른 반려동물을 키울 엄두가 안 납니다
그런 점에서 작성자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죽음은 미래의 일입니다 불안도 미래에서 오는 것입니다
늙어 몸이 쇠약해지고 병이 들어 죽음이 찾아오는 것은 누구나 정해져 있는 일이고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수순입니다
과거나 미래에 휘둘려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보다는 오롯이 현재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낫겠죠
빈곤, 장애, 선천적 병약한 육신을 타고난 사람일지라도 삶이 고통스럽기만 한 건 아닙니다 (물론 안락사나 존엄사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극단적인 예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아주 건강했던 지인이 20대 초중반에 척추가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희귀질환이 찾아와서 몇 년 동안은 좌절하며 신세 한탄하며 누워 지냈는데, 중년이 된 지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나름대로 인생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 기쁘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질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풍요롭기만 해서는 행복감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기쁨과 즐거움만 있는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희로애락애오욕 혹은 희로우사비경공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는 인생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겪어내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조세 분배정의, 사회 안전망 등이 더 확실한 사회에서라면 태어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지만
여러 조건이 미흡하더라도 인생 안에서 행복을 찾는 일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