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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2 11: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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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산속으로 들어오셔서 터를 잡고 사셨어요. 맨 땅을 긁어서 마당을 만들고 나무를 베고 새끼줄을 엮어 진흙을 발라 벽을 세우고 지붕은 슬레이트도 비쌌던지 철로 덮으셨어요. 처음엔 할아버지 할머니 형제들 등등 하서 6식구였나 그랬는데 점점 가족이 늘어나면서 집도 점점 넓히셨어요. 한밤중에 잠이 안와서 눈을 뜨고 천장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천장에 발라둔 흙이 떨어져서 눈에 들어가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옆으로 눕는게 습관이 되었었죠. 백원하나 얻을수 없었고 학교는 편도 4km를 걸어가야 했었는데 그것도 등산 하듯 산을 타고 내려가서 중간 크기의 산을 또 타고 건너가야해서 정말 학교가는게 싫었던 기억이 있네요. 친구들이 뭐 하나 사먹으면 부러움에 쳐다만 봐야했고 산딸기나 돌배 같은거 열려있으면 그것도 좋다고 따먹고 그랬어요. 무당들이 산에 제 지낸다고 과자며 이것 저것 올려두면 그런것도 주워 먹었고요. 어쩌다 산에 놓아둔 덫에 멧돼지나 산토끼가 걸려야 그날은 고기 먹는 날이었습니다. 흰 쌀밥은 제사나 명절때만 먹을수 있었고요. 당근, 무, 오이가 간식이었어요. 9살때 도시로 이사 오기 전에는 오락실이 뭔지, 떡볶이가 뭔지 치킨이 뭔지, 순대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고 이사온 도시는 물맛도 이상했고 공기도 이상했고 냄새도 안좋았었던 기억이 있네요. 뭐 그 이후로도 삶은 딱히 다르지 않았어요. 용돈 없던것 비슷했고 아 엄마가 형누나들 몰래 100원 200원 주시는 경우는 더러 이었어서 어찌보면 전 그나마 나은 편이라 할 수 있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