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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4 19: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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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밀덕입니다. 저 총은 나치독일제 MG42다목적기관총입니다. 절대 저렇게 못쏩니다. 작가도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총이라 픽션 설정으로 넣은 요소라고 말했죠. 저렇게 못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1.MG42는 들고 쏘는 총이 아니기 때문에 현대의 여타 경기관총들과 달리 파지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양각대를 잡고 쏘는것으로 설정한것 같은데, 양각대의 원래 용도와 작동방식을 고려해보면 저렇게 손잡이처럼 잡고 쏘는게 수월할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양각대가 총 앞 끝에 달려있는데, 총의 길이를 생각해보면 정상적인 사람 팔길이로 양각대를 잡고 쏘면 저런 정상적인 자세가 나올 수 없습니다. 방아쇠 잡은 손과 개머리판이 허리 뒤로 튀어나와서 보신각 종 치는 스님마냥 총을 잡고 쏘게 되겠죠.
2.인간의 힘으로 저리 간단히 제어할 수 있는 반동이 아닙니다. 일단 사용탄인 7.92mm마우저 보병소총탄은 동시기 미군이 사용하던 30구경 스프링필드보병소총탄과 운동에너지나 반동이 유사한데, 그 총알을 연사하기 위해 반동을 줄인답시고 화약량과 탄피길이를 대폭 줄여서 새로 만든 총알이 바로 현대에 와서는 한방 스쳐 맞기만 해도 골로 간다는 보병화기 화력 끝판왕으로 추앙받는 7.62mm 나토탄입니다. 그리고 MG42의 발사속도는 평균 분당 1200발 이상, 빠르면 1500발 까지도 올라가는데, 분당 1200발만 되어도 통상적인 기관총의 연사력의 2배가 되는 연사속도입니다. 초당 20발을 발사하는, 소리를 들으면 투다다다 소리가 아니라 부우우웅 하는 진동소리로 들리는 수준이죠(그래서 별명이 전기톱이었고요). 즉, 요약하면 현대기준 나름 강하다 하는 총알보다 훨씬 강력한 총알을 보통의 기관총의 두배의 속도로 연사하는 총의 반동은 보통 사람이 서서 양손으로 잡고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겁니다.
저 7.92mm마우저탄보다 약한 7.62mm나토탄보다 약한 5.56mm나토탄을 서서 쏠 수 있는 제어장치가 달린 총에 넣고 저것보다 절반씩이나 느린 속도로 쏴도 팔뚝이 일반인 허벅지두께정도는 되는 사람이 작정하고 제대로 자세잡고 쏴야 부드러운 반동제어가 가능합니다.
3.MG42는 최소 2인 1조로 구성된 기관총 운용조가 한몸이 되어 같이 운용하는 총입니다. 삼각대에서 때어서 스탠드얼론 경기관총으로 운용할때에도 부사수가 빨려들어가는 탄띠를 적당한 길이로 늘려잡아주지 않으면 총이 탄띠를 빨아들이는 힘보다 탄띠가 어딘가 걸려서 잘 안빨려 들어가는 힘이 더 클때 송탄불량이 생깁니다. 총이 탄띠를 빨아들이는 힘이 높은 길이에서 축 늘어뜨려진 탄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수준이고, 탄띠가 바람직하게 펴있지 않고 조금이라도 구불구불하거나 어딘가에 걸려있거나 하면 제대로 딸려들어가지 못해서 총에 탄띠가 걸려버린다는겁니다. 하물며 바닥에 질질 끌리는 탄띠가 바닥의 먼지나 흙을 묻혀올라오면 그게 고스란히 총 속으로 들어가 총기고장도 일으킬탠데, 부사수 없이 정상적으로 총을 쏘려면 탄띠길이가 1미터만 되어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람보마냥 오른손만으로 기관총을 들고 왼손으로 탄띠를 계속 고쳐잡아주며 1인2역을 하는게 아니고 저렇게 왼손으로는 양각대를 잡을거면 탄띠를 늘어뜨려놓고 쏘아야 하는데, 이때 가능한 탄띠의 최대 길이를 생각해보면 사실상 30~50발정도가 한계입니다. 그정도면 훨씬 가볍고 쏘기 편한 30발들이 탄창달린 자동소총을 쏘고 말죠. 여러가지 대용량 탄창을 달면 100발까지도 장탄수를 늘릴 수 있고, 그런 대용량탄창은 재장전과 탄약휴대가 번거로운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저런 짧은 탄띠를 계속 바꿔끼워가며 장전하는짓보다는 훨씬 쉽고 빠릅니다.
4.조준은 어떻게 하는걸까요?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마냥 총과 연동되는 증강현실 스크린이 헬멧에 달린게 아닌 이상 저런식의 사격은 총에서 나가는 예광탄의 궤적을 보며 물총처럼 쏘는 수밖에 없습니다. 30발정도 이상을 연속으로 쏘지도 못하는 기관총이란 이름이 부끄러운 상황에 총알궤적을 보고 조준선수정을 한다는게 현실성 떨어지는건 차치하더라도 저들은 아무리 진압대라고 하지만 경찰입니다. 총의 조준을 위해선 총알을 최소 십수발이상 쏘아서 총알이 날아가는 궤적을 보아야 겨우 조준이 가능한데, 심심하면 수십발씩 총알을 쏘는게 경찰인가요? 그리고 예광탄은 전장이 아닌 민간 시가지에서 함부로 사용하다보면 이곳저곳에 불이 옮겨붙기 십상입니다.
5.애초에 제대로 엎드려서 운용할때도 1초가량씩 끊어쏘는 총입니다. 반동제어는 다음치더라도 강력한 탄과 압도적인 연사력때문에 소염기를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발사하는 순간 총구화염때문에 앞이 보이질 않습니다. 조준하고 부우욱 갈기면 알아서 조준한 위치 부근이 총알바다가 됩니다. 반동때문에 심하게 조준선이 흐뜨러지기 전에 이미 십수발의 총알이 나갔고, 더 이상한 곳으로 총알이 날아가기 전에 사격을 멈추는겁니다. 그리고 다시 조준하고 또 부우욱 갈기는겁니다. 사진처럼 저런식으로 계속 갈기라고 만든 총이 아니란겁니다. MG42만 그런것이 아니라 당시 나온 대부분의 공랭식 기관총의 컨셉이 그러합니다. 조준-버스트-탄막형성-다시조준 식으로 사용하는게 정상적인 기관총 컨셉입니다. 영화에서처럼 계속 투다다다다다다 갈기는건 1차대전기 수랭식 기관총 컨셉이죠. 그래서 100년도 더 전에 태어난 기관총들이 지금의 기관총들보다 수백배 많은 총알을 쉬지않고 쏘며 고장나지 않습니다.(대신 무게는 기본이 반백키로부터 시작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