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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5 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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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우선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한데...그건 많이 힘들고 피곤한 과정이죠.
예컨대, 치마길이를 단속하고, 군인이 대학에 있고...이런류의 자료면 일단 유신독재 박정희가 나쁘다는 걸 믿는 사람에게 호쾌함을 주지만
정작 왜 그렇게 유신이 비난받아 왔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안되고
박정희가 나쁘지 않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흠은 있지만 전두환보다는 좋은 놈이다라는 소리를 하게 만들죠.
유신헌법이 어느정도 수준의 헌법이었냐에 대해서는 뢰벤슈타인의 분류법을 빌려
명목헌법(민주주의적 실질을 갖춘 헌법이나 현실이 못 쫓아감), 장식적헌법(독재 혹은 전제를 완성하는 수단) 두 평가가 있는데
장식적 헌법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의 헌법에는 모욕에 가까운 표현이나, 저명한 교수님들중에 그러한 평가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장식적 헌법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히틀러 헌법, 무솔리니 헌법, 구소련헌법 등이 있네요.
유신헌법체제하에서는 국가 기관구성을 보면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기구가 핵심으로 등장하는데 그 수장은 대통령 박정희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며
국회의원 1/3을 선출하고(국회를 거의 장악할 수 있게함)
국회에서 의결한 헌법개정을 최종의결(이미 불가능에 가까운 국회주도의 헌법개정을 아예 막아버림)
(대통령은 국회를 무시하고 헌법개정안을 바로 국민투표로 보낼 수 있었음)
유신전에 독립된 사법부 판결에 의해 마음대로 못했던 경험을 했던차
모든 판사를 대통령의 직접 임명제로 바꿔 사법부 장악
이 결과물의 대표작은 인혁당 사건으로 증거없는 사형선고->18시간만에 집행
(무력으로 광주에 피바람을 일으켰지만 파장을 두려워해 언론을 압박하고 쉬쉬했던 전두환과 비교하면,
법으로 당당하게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라고 봄.)
또한 헌법조차 정지시킬 수 있는 긴급조치권을 대통령이 보유
이 결과물들이 작년에 줄줄이 위헌이 나왔는데...
유신헌법은 물론이요, 박정희가 기분따라 내뱉는 긴급조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도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형장의 이슬로 보낼 수 있음.
(요새 나오는 여야권의 헌법개정에 대해 논의하는 수준도 그 시절이면 박정희가 정적을 죽일 빌미가 됨.
술집에서 대통령, 시대 욕 잘못하면 그냥 끌려갈 수 있는것도 너무도 당연,
북한이 불만도 표출못하고 숨죽이는 건 잘 알고 인권탄압이라면서, 대한민국에 유사한 체제가 있었다는건 아는지...)
이 외에도 영장주의가 무너지고, 체포구속적부심사제 폐지(그나마 병신된 사법부조차도 조까라고 무시하고 검경 보내서 잡아넣으면 됨)
자백의 증거능력제한 삭제(줘패서 자백만 얻으면 다른 증거없이 처벌할 수 있음)
언론출판 허가검열금지 삭제(언론이 말하고 싶으면 허락받아야 함)
유신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종신제, 간선제(체육관선거)는 실상 유신체제의 전체적 폐악에서는 명함도 못내밀 애교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죠.
솔까 유신시대전후하면 가장 재밌고 와닿는건
그 독재자가 얼마나 스펙타클하고 악랄하게 정권을 잡고
시바스리갈을 마시면 부모에 피바람을 일으킬 작당을 했었는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서민들이 단속당하던 소소한 에피소드들...
또다른 독재자가 유발한 유혈사태가 감정적으로 와닿고 흥미를 유발하여
그런 주류로 자료가 도는 감이 있는데...
여기에 추천날리는 사람들도
유신이 무엇인지 왜 독재의 대표로 항상 언급되는게 유신헌법, 유신시대인지
제대로 모를 사람이 많을듯 합니다.
광복후 민주공화국이 수립된 대한민국 역사상 시스템적으로 독재가 완성되어...
국민들은 대통령, 정책에 대해 장난스럽게 말을 꺼내는 것도 위험한 시대였고
대통령이 겨냥하면 사법부가 알아서 사형내리고 다음날 사형당하는데 이상할 게 전혀 없는
합법적인 암흑의 제도를 갖추고 있던 시대가 유신시대였지요.
요약하자면
대한민국의 독재자들중이라는 묶음평가를 내리는 것도 죄송할 정도로
급이 다른 독재의 시스템을 완성하신 분이라고 봅니다.
유신..김유신이라......인터뷰한 학생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네요.
저 또한 전공이 아니었음 제대로 진상을 몰랐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현대사 교육이 침묵하는 게 가장 문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