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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1 1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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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 한줄평을 하자면 우린 그동안 갓겜이란 표현을 너무 남발했어요. 회개합니다.
좀더 길게 평하자면 탐험과 모험이라는 단어를 100% 표현해 낸 게임입니다. 저 너머엔 뭐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해 플레이 하는 내내 감정이 쉴 틈이 없어요. 맵 구석구석 알차게 채워진 보상들이 숨어있고 잘 짜여진 물리엔진은 매번 기상천외한 사건과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하면 될까 싶은 기대감을 거의 매번 충족시키는 걸로 모자라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상상도 못한 사건들이 ‘이것도 된다고?!’ 경악을 하게 만들죠.
맵은 엄청나게 넓은데 그 속에 탐험할 거리가 정말 비명소리 나게 꼼꼼하게 많이 채워져 있습니다. 길 따라 멍하니 가다가 문득 저 언덕엔 뭐가 있을까, 저 바위 참 특이하네, 이 돌은 왜 혼자 뜬금없이 여기 굴러다니지? 저 나무는 왜 저기 덩그러니 있냐, 이 나무는 주변 나무들이랑 종류가 혼자 다른데? 호기심을 끝도 없이 자극하는데, 그 모든 호기심에 따른 일탈이 매번 크고 작은 보상을 이끌어 냅니다. 그러다보니 열심히 달리고 수영하고 암벽을 오르고, 궁금한 장소 궁금한 물건에 다다르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고민을 하고 끝내 성취하고 나면 즐거운 만족감에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또다른 호기심에 빠져 버립니다.
다른 오픈월드 게임은 퀘스트를 따라 광활한 맵을 가로질러 목적지로 가다가 간간히 좌우 샛길로 빠져 서브퀘스트를 수행하는 방식이라면, 젤다 야숨은 퀘스트하러 가다가 이내 5분도 안돼서 엉뚱한 짓에 빠져드는 게임입니다. 길 가의 돌맹이 하나, 특이한 풀무더기, 뭔가 있어 보이는 산봉우리, 물 속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보물상자 이 모든게 나를 유혹하는 미니 퀘스트가 됩니다. 젤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주요 퀘스트를 하러 비장하게 마을을 나섰는데 정신 차려보니 풀밭에서 메뚜기 잡으러 뛰어다니고 있다거나, 마왕 가논 잡으러 나서자마자 어느 설산 풍경에 취해 등산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게임 구석구석 빈틈 없이 알차게 채워놓은 밀도만으로도 대단한데 맵 크기까지 엄청나게 넓습니다. 그럼에도 즐겁게 놀다보면 어느순간 아 벌써 내가 이만큼이나 탐험했구나 하고 점점 탐험할 곳이 줄어드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게 될만큼 매력이 넘치는 게임이에요. 처음 시작하고 맵을 하나하나 탐험해 밝혀가는 동안 정말 저 너머엔 또 뭐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과 신비감, 두근거림에 빠져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거든요. 어릴적 게임을 하며 모험심에 두근두근 했던 그 소년의 기분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위대한 게임입니다. 젤다 시간의 오카리나 급의 올타임 레전드가 다시 나왔다는 평가가 결코 허언이 아니에요.
무조건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