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39
2018-04-24 00:00:33
9
봉급쟁이 한달 월급 밀리면 한달 내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림. 미혼에 혼자 살더라도 집세 공과금 카드값 돈 나갈 날은 따박따박 돌아오는데 돈 나올 구석은 없고 하루하루가 정말 피를 말리는 나날들임. 게다가 자괴감과 분노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음. 내가 일 안하고 놀고 있는것도 아니고, 한달 내내 죽어라 일했는데, 그리고 지금도 일하고 있는데 왜 내 월급 받아 내 나갈 돈 못 내서 이렇게 피를 말려야 하는지 자괴감이 정말 쩔어줌. 신용 한번 깎이긴 쉬워도 깎인 신용 회복 하는 건 정말 어려움. 정상적으로 근무 일 다 하고 정상적으로 회사 잘 다녔는데 월급으로 처리했어야 할 돈 못 내서 하루하루 피 말리다 날짜 지나면 무슨 죄인마냥 연체 통지 문자, 연락 시달려야 함. 누가 그거 옆에서 보고 듣기라도 하면 진짜 창피하고 괴로워서 죽고 싶음. 이걸로 내 신용 깎이는구나 생각하면 밤에 잠도 못잠.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분노와 자괴감과 초조함에 사람이 바짝바짝 말라감. 미혼에 혼자 사는 사람이 이럴진대 가정 꾸린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음.
봉급쟁이 월급 밀린다는 것의 의미란 이런 겁니다. 사업 어렵다고 직원 월급 한달 정도 연체 해도 되겠지, 이따위로 쉽게 생각하는 작자들은 사업하면 안됨. 땡 빚을 내서라도 직원 월급은 무조건 챙겨준다는 마인드가 기본 장착되어 있어야 하고, 하다하다 정 안돼서 연체하게 되면 직원들 피 마르는 그 고통 자기 자신이 뼈에 새겨야지 ‘그거 한달 밀렸다고 못참고 나가다니 서운하다’ 이딴 소리 하는 인간은 정말 정말 사업하면 안됨.
그리고 사회초년생분들에게 임금체불 여러번 겪어본 경험자로 한 말씀 드리면, 임금 체불 한달이라도 되면 그 즉시 아주 냉정해지셔야 합니다. 월급200짜리 직원 10명 쓰는 회사가 있다면 한달 인건비가 2천이겠죠. 이거 2천 낼 능력 없어 연체했다면 다음달엔 4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다음달엔 6천이고요. 한번 밀린 이상 다음달 필요한 인건비가 눈덩이처럼 +++되는데 한달 2천도 못 만드는 회사가 다음달 4천을 만들 수 있을까요? 위에 말했듯 임금체불되면 회사가 정상 작동 안됩니다. 직원들부터가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 자기 삶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상태인데 회사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리 만무하죠. 이 상태로 다음달 4천을 만들어내요?? 아서라 말도 안되는 소리죠. 뭐 지급 받아야 할 돈이 밀려서 그런건데 다음달에 그 돈 들어오면 4천 몽땅 처리 가능하다, 보통 사장들이 하는 소리가 이건데요, 그렇게 그 돈 들어와 2달치 임금 4천 처리하고 나면? 회사가 그건 정상으로 굴러가질 않았으니 그 다음달에 다시 자금난에 빠질 확률이 매우매우 높습니다. 사장은 그 ‘곧 들어올 돈’이 아주 뭔 회심의 일격마냥 대단한 돈이라고 떠벌리지만, 그 돈 못받았다고 직원 월급 밀리는 회사 수준이라면 그 돈 금액 규모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 돈 들어온다고 뭐 회사에 엄청난 반전이 생기는게 아니라, 두달간 밀린 직원 월급에 회사 유지 비용들 겨우 충당할까 말까 한 금액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럼 그렇게 겨우 빚을 다 갚거나, 혹은 다는 못 갚고 대충 급한 불 끄는 수준으로 조금 갚고 나면 다음달은? 또다시, 이번에는 기약도 미래도 없는 임금체불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회사가 받아야 할 그 자금 흐름이 한달 밀렸다면, 다음달에 그 돈이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럼 그거 받아서 겨우겨우 직원 월급 2달치 4천 중에 한 3700-3800이라도 갚았어야 했는데 돈이 안들어오니 못 갚고 3달째 임금체불 들어가는거죠. 그럼 다음달엔 6천이 필요해지는데, 어째저째 3달째에 그 돈을 받는다 해도 이미 3달이나 밀린 직원 월급을 다 처리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직원들 중 그래도 년차 좀 쌓이고 저축도 좀 해둔 직원들도 저축해 둔 돈이 바닥납니다. 사회에 뛰어든지 몇년 안 된 사회초년생들, 아직 저축해 둔 기반이 없는 어린 청년들은 진즉에 빚더미에 올라 신용 갉아먹힌 신세가 되어 있거나 못버티고 튕겨져 나간 상태일겁니다. 다들 퇴사해버리면 이 회사 망해서 그나마 밀린 돈도 못 받을 거란 공포 때문에 혼자 나가진 못하고 다들 의리로 뭉쳐서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는 판인데 갈수록 미래는 암울해집니다.
이러다 결국 회사 망하면, 회사 대표란 사람들의 90% 이상은 아마 자기 차 자기 집 이미 가족 명의로 돌려두고 본인 혼자 파산에 신용불량 되고 끝낼겁니다. 그랴놓고 자기는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오른 신용불량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앓는 소리를 하지만 정작 부인 명의 자식 명의로 된 외제차 타고 다니는 인간들이 열에 아홉 이상입니다.
그러나 임금 체불 당하고 끝내 회사 망해서 쫓겨난 봉급쟁이는? 신용도에 스크래치 잔뜩 생기고 여기저기 빚더미에 올라서는 모아둔 돈 다 까먹고 각종 연체문자에 시달리면서 혹여나 그거 남이 보고 자기 비웃을까 전전긍긍 괴로워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건강까지 무너지는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근데 더 괴로운게 뭔지 아세요? 내가 뭔 방탕하게 일 안하고 흥청망청 돈쓰고 놀고 해서 이렇게 된게 아니라, 죽어라 열심히 일하고 노력했는데 이런 꼴이 됐다는 그 자괴감입니다. 나란 인간이 그토록 열심히 노력한 대가가 이것 뿐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면 진짜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명심하세요. 월급 밀리는 순간 다들 눈치게임 시작됩니다. ‘겨우 한달 밀리는 작은 위기에 혼자 살겠다고 뛰쳐 나가서 회사 더 어렵게 만들고, 망하게 만들면 다른 모든 동료들에 대한 배신 행위다’ 이런 분위기가 직장 동료들 사이에 돌기 시작할 겁니다. 여기 휘말리지 마세요. 겉으로는 적당히 어울려 주는척 하면서도 상황을 냉정하게 살피고 언제건 손절하고 뛰쳐 나올 각오를 하세요. 겨우 몇년 몇달 본 사이인 직장 동료들과의 의리 따위가 당신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임금 체불 되는 순간 겉으로 드러내지 말고 상황을 냉철히 살피면서 다른 일자리도 알아보면서 출구전략 짜세요. 두세달 뒤 당신은 인생 패배자처럼 돈도 건강도 잃고 빚에 쪼들려 자취방 구석에 쓰러져 울 힘도 없이 괴로움에 몸부림 칠 때, 그 회사 대표는 마누라 명의로 된 벤츠 타고 고급 바에서 친구 만나 양주 까면서 본인이 뭔 대단한 비운의 실패한 사업가라도 되는 양 꼴값 떨고 있을 겁니다. 이 꼴 보기 싫으면 정말 냉철하고 교활해 지셔야 합니다.
29에서 서른 넘어가던 12월 마지막 날 반지하 자취방 바닥에 쓰러져 울면서, 친한 친구들 이제 30대라고 나름 직장내 기반도 다지고 돈 모아 장래 계획도 세우고 연애에 결혼에 미래를 꿈꾸고 있을때, 저는 몇년 몇달을 밤도 낮도 주말도 없이 일한 대가로 몇달치 월급 밀리고 끝내 회사 망해서 실업자 된 채로 집세도 밀리고 온갖 공과금, 대출금 연체 당해서 독촉 문자 받아가면서 몸부림 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도 저와 같은 그 괴로움 겪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직장 동료와의 의리, 회사와의 의리, 사장과의 의리, 다 필요 없습니다. 본인 삶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발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