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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5 07: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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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글의 저 사람은 뭔가 사심이 있어서 밥 사주고는 아무 대가를 못 받았다고 아쉬워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이성과 일상 외의 특별한 만남(식사, 영화관람, 기타 등등)의 기회를 가지고 싶으면 저런 접근은 최악의 수입니다. 다짜고짜 일단 만나봐야겠다고 무리를 한거죠.
만약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면 일단 무조건 비싼 밥부터 사주겠다고 불러내는건 정말 좋지 못한 방법입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만약 나에 대해 약간의 호감이 있다 하더라도 이 제안에 선뜻 응하기가 힘들어요. 밥을 얻어먹는 입장에서도 얻어먹는데 대한 마음의 부채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내가 왜 이것을 얻어 먹어야 하는지, 상대는 왜 나에게 이것을 사주려고 하는지 곰곰히 따져보게 되는거죠. (만약 이 기본적인 고민도 안 해보고 ‘사준다는데 얻어먹고 치우면 되는거지 뭔 부채의식?’ 이러는 사람이라면... 당장 도망쳐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관계에 따라 기준이 다 다르기는 합니다만 ‘상호간의 일과 외 시간을 특별히 투자+밥 한끼 가격’만큼의 부담감과 부채의식을 느끼게 되는데, 심지어 식사 가격까지 막 엄청 비싼 값이면 더더욱 큰 부담을 느끼게 되는거죠. 약간의 호감이 있을뿐 아직 잘 알지도 못하고 공짜 식사 대접과 단 둘이 일과 외 시간을 보낼만큼 친한 사이도 아닌것 같은데 이런 제안을 받는다면 상대 입장에선 이게 대놓고 데이트신청, 호감 표출 행동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단순 식사 대접 승락 결정이 아니라 상대방의 호감 표명에 대한 승락 결정이 되어버리는 거죠. 아직 그 단계가 아닌것 같은데 ‘나 너 좋아서 데이트 신청하니까 yes냐 no냐 대답해봐라’가 됩니다. 만약 상대가 나에 대한 최소한의 호감도 없이 정말 안면만 슬쩍 아는 사이에 다짜고짜 밥 사줄테니 밥 먹자고 한거면 더더욱 역효과죠.
정 밥을 사주고 싶다면 마냥 비싸고 화려한 저런 거 말고 평소 상대방이 관심있어 한 것들, 비싸지 않고 작은 것 하나라도 그런 것을 골라서 상대가 크게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 선에서 살짝 사주는게 훠얼씬 효과가 좋습니다. ‘야! 내가 스테이끼 사줄게 가자!’(x), ‘너 전에 ㅇㅇ돈까스 먹고 싶다 했지? 그거 먹으러 가자 내가 새벽부터 줄 서서 번호표 뽑아놨어’(x 가격은 안 비싸도 상대에게 부담감 백배..), ‘너 냉면 좋아하지? 그거 잘하는 집 아는데 가격 엄청 싸더라! 내가 쏠게 주말에 평양 같이 갈래?’(x 거리와 시간도 비용입니다...) 딱 봐도 상대를 잡아먹을듯 부담감을 떠넘기는 경우들이죠.
그래서 마음에 드는 이성과 함께 특별한 일과 외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상대가 부담을 심하게 느끼지 않는 선에서 제안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또 아예 부담과 긴장이 없어서도 안됩니다. ‘이거이거 딱 데이트 신청이네?!’라고 느끼게 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무적인 목적만으로 만나는 거라 생각하게 해도 안됩니다. 데이트로 볼려면 데이트 같은데...싶으면서도 그래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 만나는 거니까 데이트가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 그런 미묘한 긴장의 균형 위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도 승락하기가 쉽고 큰 부담이나 마음의 빚 없이 나와 함께 그 미묘한 긴장 위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더 친해질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는거죠. 나로서도 이러한 제안(식사, 영화 등등)이 거절당했을 때 퇴로가 마련되기에 타격이 줄어들고 말이죠. 무작정 비싼 밥 사줄테니 나오라는게 아니라 평소 상대의 관심사에 귀를 잘 기울여뒀다가 ‘내가 뭔가를 사야 하는데 ㅇㅇ씨 잘 아신다 했죠? 전 잘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어요? 대신 밥이라도 대접할게요’, 아니면 뭐든 간에 상대에게 도움 받은 일을 끄집어내서 거꾸로 내가 마음의 빚을 갚는 것처럼 말함으로써 상대의 부담감을 덜어주는 ‘전에 도와준게 너무 고마워서 밥 한번 살게요 언제 괜찮은 시간 있으세요?’ 같은 방법, 진부하지만 이런 접근이 훨씬 효과적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상대도 알아요. ‘이거 데이트 신청 아니야?’하고 말이죠. 하지만 ‘충분히 데이트 신청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는 여지’가 있기에 거절하기에도 부담이 크게 없고 승락하더라도 큰 부담 없이 편한 마음으로 서로 친해질 기회를 가져볼 수 있는거죠.
중요한 건 이런 식사 한번, 데이트 한번에 뭐 대단히 큰 관계진전이 일어날 거라고 착각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한 사이에 대뜸 밥부터 먹자고 하면 상대방은 부담부터 느낍니다. 심지어 대놓고 이거 데이트니까 비싸고 좋은거 내가 사준다! 이러면 진짜 최악이에요. 먼저 상대와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친해지며 어떤 사람이고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관심도 가져보고 그러다 조심스럽게, 최대한 상대가 승락을 하건 거절을 하건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마음의 빚을 떠안지 않는 적정선과 방법을 통해 ‘데이트라 볼 수도 있지만 데이트가 아니라고 볼 여지도 얼마든지 있는’ 그런 만남의 기회를 제안해 보는게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럼 이성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친해지는 방법은 무엇이냐, 그것에 관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