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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17: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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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분명히 단, 구두의 품질이 나쁘지 않으면... 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운동화가 아니어도 구두를 신었을 때 딱딱하고 불편하지 않은 구두여야 한다는 이야기 겠죠? 품질이 나쁘니까 아픈겁니다... 비싸고 고급진 구두로 통일을 시키고 그걸 저렴하게 제공하면 되는 거죠.
김보늬님의 이야기는 저와 보완관계에 있으면서 "과연 모든 구두는 성장기의 아동의 발에 나쁜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주는 겁니다.
그런데 maharaja님이 말한 선택권은 이런 겁니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다리를 꼬고 수업을 듣든 누워서 수업을 듣든 그게 학생이 편하면 다 선택할 권리가 있는 건가요?
어느 쪽이나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가 문제인 거죠.
애들이 선택권이 있으니 급식같은 건 하지 말라는 이야기랑 비슷한 겁니다.
애들은 먹고싶은 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
점심마다 짜장면 배달을 시켜먹든 뭘하든 말이죠. 자기가 먹고싶다는데.
어째서 동일한 조건을 다른 데는 적용시키지 않나요?
반박을 위해서 극단적인 사례로 몰아붙이실 게 아니라 지적한 부분에 대한 반박만 하시면 됩니다.
분명히 신발의 규정상 통일이나 실내에서의 외투착용 금지가 개인의 선택을 제한하는 측면이 존재 합니다.
그걸 부정하진 않아요. 그리고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도 말이죠.
하지만 그게 가지고 있는 어떤 차별적 피해의 측면에서 필요하다면 선택이 항상 우선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 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 저는 발아파도 구두를 신어라, 라든가 학생들은 나쁜 신발을 신어도 규칙이라면 따라라, 따위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분명히 핵심이 엇나간 것 같아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계급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했고, 그 제한사항에 대해서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만 일부만 끌어다가 반박하시네요... 구두든 운동화든 좋은 신발을 일괄적으로 신기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고 김보늬님의 이야기는 저와 보완관계일 뿐이죠.
그렇지만 다른 부분은 모르겠으나
통일된 신발을 신길 때 갖고 있는 장점, 그리고 실내에서 외투를 벗는 것에 대한 문제는 주인대 노예일때나 가능한 통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적 통제에 관한 부분은, 실제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것과 일반인이 그냥 머리로 구상하는 데에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일선 교육현장에서 나쁜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가 간간히 나오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선생님들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학생들에 의해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금 중1 정도의 학생들은 수업 중에 조용해야 된다는 인식 자체도 없고, 그 말 자체도 무시합니다. 떠드는 것도 자신들의 선택이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다른 친구들의 수업받을 권리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럼 그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그 친구들이 직접 떠드는 학생들에게서 쟁취해야만 하는 건가요? 학생이 왕이라서 왕끼리 붙어서 해결 봐야 할까요?
교육 현장에서 학교는 통제력을 잃어버린지 오래됐습니다. 억지로 붙잡아 앉혀놓고 여전히 수능과 내신에 목메게 만드는 교육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러한 기준으로 만들어진 '성공의 구조'자체는 변할 생각도 없고 변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 뒤에 숨겨진 '숟가락 성공의 구조'가 있다는 걸 숨기고 '공부에 의한 성공의 구조'가 진리인양 속이는 것이긴 합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탓에 그것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야간자율학습을 반대합니다.
염색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자율화가 맞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중1이 아니라 초등학생들도 화장 안하면 여자아이들 안에서도 이상한 취급을 당하는 이 분위기가 과연 자율적인 것인지 주변에 의한 분위기로 강요되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도 합니다.
아니라구요? 어딘가는 아닌 곳도 있겠죠. 하지만 어딘가는 이런 곳이 많습니다.
무조건적인 규제에 대한 해제만 하는 진보교육감의 삽질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지금의 교육이 흐르는 방향은 일본에서 망해버린 '유토리교육'과도 비슷하죠.
진보니 뭐니 하는 프레임을 지키느라 실질적인 사회를 저버린 운동은 나중에 뼈아프게 돌아올 겁니다.
지금 메갈당 처럼 말이죠.
아이들에게 자유는 정말 필요하지만, 그건 그 이전에 사회와 본인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애기들도 맘대로 기어다닐 자유가 있겠지만 처음에는 부모들이 돌봐야 하는 것처럼, 아직 형성이 덜 된 단계에서는 학교에서 모두가 동등하다는 것이 단지 자유로울 권리에만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려줄 방식이 필요해요.
그 중 하나가 보편적 복지를 통한 급식이나 교복 같은 부분이죠.
그래도 남들보다 뭐든지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존재하고, 그들이 과시하는 게 산에도 안가면서 아웃도어 패딩을 입는 거였고, 한때는 메이커의 비싼 신발이었던 거죠. 그런 것들에 대해서 학교에서 외투를 공동구매 해서 통일해 버리던가 신발을 통일시키는 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은 되지 못할 지언정 그 의도 자체까지 말도 안되는 것 처럼 매도당하는 것에 있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 입니다.
저 역시 극단적으로 예시를 들자면,
수많은 사람 중에 총기를 나쁜 일에 안쓰고 잘 알아서 사용할 있다는 몇 명 때문에 전체의 총기사용이 자율화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의 행동이 다 그런부분에 적용될 리는 없잖아요? 그게 다 총기같은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무조건 적인 자율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조율이 필요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