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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0 20: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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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0년대 말 대학교 다닐 때, 좀 살던 내 친구는 Y2소나타를 타고 다녔다. 하루는 차를 좀 아는 나한테 와서는 차에 엔진오일을 갈아야 하냐고 묻는 것이었다. 녀석 말에 의하면 2년 동안 엔진오일을 안 갈고 타고 다녔단다. 그 말을 듣자 돈이 얼마 있는지 물어보고 바로 카센터로 같이 갔다. 차를 올려 오일을 빼내는데, 보니까 시커먼 것이 꿀처럼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딱 한 컵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 차가 일제 엔진이라서 아마도 버티고 있었던 듯. 아마 당시의 쏘나타2 였다면 벌써 엔진이 깨지거나, 아니면 미션이 나갔었겠지. 그렇게 엔진오일을 갈자, 녀석은 차 엔진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며 좋아했었다.
2. Y2소나타를 타던 그 친구, 하루는 타이어가 빵구가 났다며 나한테 어떻게 하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뒤 트렁크 열어보면 스페어 타이어 있으니까 그걸로 갈아 끼우고 카센터 가서 빵꾸 떼우라고 했다. 그러니까 지 차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보자고 했다. 녀석은 자랑스럽게 트렁크를 열더니 "야 봐봐. 스페어 타이어 없잖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가서는 트렁크의 바닥을 들어 올리고 "야 봐. 여기에 스페어 타이어 있잖아" 라고 해줬다. 자기 차에 스페어 타이어가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차를 타는 녀석이라니... 결국 그날 스페어 타이어는 내가 교체해 줬다. 녀석은 쟈키 사용법도, 어디에 받쳐 써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이어 너트 뺄 때도 나랑 한판 싸웠다. 그 방향으로 돌리면 잠그는 거라고 박박 우기는 것이었다. 차는 바퀴 좌우에 따라서 너트 돌리는 방향이 다르다. 타이어가 굴러 가면서 스스로 풀리지 않게 하기 위해 좌우의 너트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가 풀어 보라고 하니까 아무리 해도 안 풀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반대 방향으로 힘을 주자 바로 너트는 풀렸다. 녀석은 "이상하네~" 소리나 하고 있었고... 암튼 그렇게 스페어 타이어로 갈아 끼우고 카센터 가서 빵꾸를 떼웠다.
3. 하루는 늦은 밤에 녀석한테서 삐삐로 연락이 왔다. 여자친구 집에 데려다 줬는데,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집에 있는 1톤 트럭과 케이블 점퍼선과 와이어를 챙겨 녀석의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빠떼리를 연결해서 시동을 거니 시동은 걸리는데, 곧 시동이 바로 꺼지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제네레다가 나간 모양. 차가 충전이 안되니 시동이 걸려도 곧 꺼지는 현상이 생기는 듯 했다. 결국 녀석의 차를 와이어로 걸어서 녀석 집 근처의 카센터까지 끌어다 줬다. 물론 차를 끌고 가면서 녀석에게 신신당부를 해줬다. 일단 키는 On 상태로 놔라. 그래야 핸들이 돌아가기라도 한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밟을 땐 있는 힘껏 밟아라, 차가 시동이 꺼진 상태에선 브레이크가 잘 안 먹으니까 끝까지 밟아줘야 간신히 브레이크가 걸린다고 하며 있는 힘껏 밟으라고 해줬다. 물론 내가 천천히 끌고 가긴 할 거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해서 조향을 하고, 브레이크도 밟으라고 해줬다. 혹시 내리막에서 녀석의 차가 더 빨리 내려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4. 이렇게 녀석에게 아낌없이 도와 준 이유는 하나. 녀석이 나랑 카풀로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가는 길이라면서 돈 한푼도 받지 않고 태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