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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0 0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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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진화심리학에 별로 관심은 없던 사람입니다만, 반박의 사례로 드신 부분들이.. 그 갖고계신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자체의 존재에 대한 무용성, 허구성, 비과학성이란 주장들에 설득력을 주긴 힘든 것 같군요.
우선 무슨학문이든 일단 '진화'라는 이름이 붙은것은 어떤 대상의 '기원'에 대한 설명의 시도를 뜻하고,(어떤 xx가 있다할때 그 xx의 메커니즘은 설명을 해도 왜 하필 이렇게 요모양인 메커니즘으로 된것인지 이게 왜 이런건지, '왜'에 대한 설명은 항상 골치가 아프죠. 가령 망막에 빛을 받는 수용기세포가 이렇게 저렇게 비효율적으로 뒤집어져 있다. 라고 "어떻게"란 답에 대해 기술'은 할 수 있어도 이게 왜 그모양으로 생겨먹었어야만 했는지 '왜'에 대한 설명을 하는건 결국 진화 얘기를 꺼내올 수 밖에 없습니다.)그런 설명은 도덕이나 윤리 신학 같은게 아닌이상, 생물적가치로서 얘기해야만 할 때 곧 "생존적 가치", 혹은 그것에서부터 "어쩌다가" 떨어진 부산물(이걸 두고 스티븐 굴드라는 고생물학자가 스펜드럴이라고 불렀죠)로 귀결될 수 밖에 없죠. 왜 그렇게 생겨먹을 수 밖에 없었는가.
everything is the way it is because it got that way.
이 생존가치는 결국 선택압력으로 부터 내려온 생식상의 가치(적응과 자연선택)그리고 그 부산물을 말하고 이 두가지가 진화론의 핵심입니다. 진화심리학의 경우는 그걸 이용해서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이 '행동' 같은 것이고요.
대다수 과학자들이나 좀 공부 지긋이 해본 전공자들이 자기 분야 전공얘기가 기사로 뜰때... 심심풀이 땅콩용 기사감으로 전락해버린 어떤 연구가 과장되거나 단순화되서 일반 대중매체 소개되는걸 보면서...다들 이러죠? "아...저게 저얘기가 아닌데..저건 아닌데...ㅎㅎ" 이게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분야가 뭘까요? 대중의 흥미를 확 잡아끄는 그런 냄새가 나는 분야들, 뇌과학이라거나, 생물학, 천문, 인공지능 등...대중적으로 흥미를 느끼기 쉬운 그런 자극적 소재를 많이 갖는 분야는 이런 문제가 아주 허다합니다. 뭐"생물학 실험이 생명의 열쇠를 밝히다!" 라거나..."캘리포니아 과학자가 우주창생의 날 일어났던 사건을 밝혀내다!" "뇌과학의 새로운 획기적인 돌파구" 이런식으로 획기적돌파구, BREAKTHROUGH! 같이 뭐 아주 대단하거나 신박한것을 지칭하는 그런 자극적 표제어를 흔하게쓰면서 어떤 연구의 내용을 과잉단순화시키고 재미있게 윤색시키는 일은 무책임한 대중매체로부터 쏟아져 나오는건 아주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죠. 어떤 정보가 학계에서 발표가 되고 독자에게 흘러감에 따라서 뜬소문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때 바뀌는 카더라통신과 다를바 없이 똑같이 각색되고 단순화되죠.. 예를드신 사례로 미뤄보건데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해당 과학을 대중매체의 소개 기사로 피상적으로 접하기 떄문에 발생하는 문제들. 세상 어떤 전문가가 기사에 뜨는 것 보고 해당학문 전체적 특성을를 리뷰하려 할까요? 단도직입적으로, 기사에뜨는 그런거 논문 한번이라도 찾아서 읽어보실려고 시도 해보셨나요? 그러면서 기사랑 정작 어느게 어떤게 다르고 어떤걸 과장시켜 유별나게 떠들어댄건지 차이를 한번 확인해보려 해보신적은 없으신가요?
사실 진화심리학도 똑같이 가설을 설정하고, 그와 관련된 예측을 명시하고나면 그다음은 그 가설을 경험적으로 검증하는 단계들을 거칩니다. 이런 방법들은 아주 많고 기발한 아이디어란게 해당학자의 능력에 달린 것이겠지만 다른과학과 마찬가지로 한 두가지 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과 자료원에서 나온 수렴적 증거에 근거를 합니다. 진화생물학과 다른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가령 특정 차원에서 다른종끼리 비교해보며 검증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종들을 비교하는건 어떤 기능에 관한 가설을 검증하는데 한가지 증거 자료원을 제공할 수 있죠. 이종간 비교방법에는 "그 연구자가 해당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동물과는 다른 종들 사이에서 해당 특성이 나타나는 지에 대한 예측을 검증하는 것"이란게 포함됩니다. 예를들어 "정자를 많이 생산하는 것의 기능은 경쟁자 수컷의 정자를 밀어냄으로써 암컷의 난자와 수정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라는 가설을 만들었다 쳐봅시다. 이 가설을 검증하는 한가지 전략은 정자 경쟁이 일어나는 정도에 차이가 나는 종들을 서로 비교를 해보는 겁니다. 일부일처제가 강한 종에서 정자경쟁은 드물거나 아예 볼수 없죠. 예컨대 조류의 염주비둘기나 포유류의 긴팔원숭이같은 일부종은 암수가 쌍을 지어 자식을 낳고 암수쌍 이외의 상대와 교미를 일절 하지 않습니다. 반면 보노보 같은 경우에는 한마리의 암컷이 많은 수컷과 교미를 하죠. 이런식으로 성관계의 경쟁정도에 따라 종들을 줄을 세워서 각 종의 몸무게 대비 정액양에 대한 비율을 비교해봄으로써 이 가설의 예측(정자경쟁이 심한 종의 수컷은 정자경쟁이 약한 종의 수컷보다 정액양이 많다"라는 가설을 한번 검증해 볼 수 있죠.
또 뭐..그 외에 비교문화적 방법도 이분야에서 아주 흔하게 사용되는방법이고 경쟁가설들을 서로 비교하며 검증하는데 아주 유용한 전략이죠. 예를들어 '심적회전과제'라는게 있는데 이게 남성이 여성보다 점수가 더 높습니다. 왜 이런 성별차이가 나타났는지 가설이 여러가지가 있었는데...그중 하나가 '사냥'때문이에 발생한 적응행동이란게있고 다른 가설은 성별에 따른 이런식의 심적 능력 차이는 문화에 따라 부과된 역할차이의 기능에 의한것이라는 가설이죠. 이걸 53개문화권에서 비교문화적으로 알아보니 문명과 고립된파푸아뉴기니부족부터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난 보편적 현상이었고 오히려 남녀평등이 진전된 문화에서 차이가 더 컸다는 상반된결과가 나왔다는군요. 고로 두번째 가설이 틀렸다는걸 알 수 있었죠.
이외에도 생리학적 방법으로 어떤 가설을 검증하거나, 어떤 적응의 생물학적 토대를 확인하는데도 쓸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관계에 빠진 남자는 짝짓기 경쟁과 관련있는 호르몬인 테스터스테론이 감소하는지 안하는지를 한번 따져볼 수 있고 매력적인 여자의 존재가 남자의 테스터스테론 수치를 높인다라는 결과를 확인하는데 쓰일수도 있거나..의붓자식은 친자식보다 코르티솔수치가 더 높다거나 하는식으로 어떤 가설 검증하거나 어떤 적응의 기반을 확인하고 가설을 설정하는데도 쓰일 수 있죠. 또다른것은 fMRI같은 기술도 검증에 아주 흔하게 쓰일 수 있는것이죠...
유전학적방법도 쓰입니다. 쌍둥이 연구나 입양사례처럼 아주 오래된 전통적인 행동유전학적 방법은 어떤 특성의 개인차가 환경의 영향인지 유전자의 영향인지 등을 검증하는데 쓸 수도 있고요....또 분자유전학적테크닉도 쓰일 수 있습니다. 예로 DRD4유전자의7R 대립유전자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나 외향성과 관련이 있는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 유전자가 발견되는 비율이 지리적장소에 따라 아주 다릅니다. 예를들어 아시아보다 북아메리카에서 훨씬 흔하게 보이죠. 이건 유목생활과 정착생활을 하는 집단 사이에 관한 여러 진화심리학가설들을 검증하는데 쓰일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서로 다른 종을 포함한 양 성의 비교라거나, 같은 종의 개체들을 서로 비교하는 방법이라거나, 또는 같은 개체들을 서로 다른 맥락에서 비교하는 방법이라거나, 또 당연히 실험적 방법도 쓰입니다. 가설마다 다르겠지만 여러집단을 각자 다른 조건에 두어 가설을 실험용으로 조작적으로 설정하고 특정숫자 이상의 사람들을 무작위로 선택해서 무선배정하고 대조군과 비교하는 식으로 어떤 가설을 충분히 검증해볼 수 있죠.
가설을 검증하는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원천들도 또 중요하죠. 예를들어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뼛조각이나 인공물등의 고생물학적 기록을 이용해볼 수도 있고, 수집채렵사회의 자료..그러니까 옛날의 전통을 이어받아 살아가는 사람들, 오랜기간 고립된 문화권이던 파푸아뉴기니 원주민등 이런 사람들의 조사로 어떤 자료를 얻을 수도 있고... 체계적 관찰법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이게 그냥 놔두고 어쩌나 보는게 아닙니다. "체계적 관찰"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관찰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위한 각종 정교한 방법론들이 과학계에 이미 고안되어있습니다.
덧붙여서, 말씀하신 부분을 한번 살펴보면 실제와 조금 다르게 아시는게 많은거 같습니다. 원나잇을 원하는게 자손번식을 위해서라는 주장이 정말 있었나요? 근육질인 남자일 수록 보수적이다. 이것은 실제 논문을 보셨는지 모르겠는데(해당 논문 입니다 : https://papers.ssrn.com/sol3/Delivery.cfm/SSRN_ID2162069_code1389035.pdf?abstractid=1798773&mirid=1 ) 뭐 단순 설문조사만 한것이 아니라 3개의 나라에서 꽤 많은 사람들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갖고 Z검증을 실시하여 결론을 냈습니다. 그리고 이 논문이 말하려는 것은 결코 "근육이 정치적 신념을 좌우한다"가 아니었습니다. 체형이 자신의 이익에 얼마나 충실하느냐에 대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이 논문이 말하는 바였고 더 자세하고 디테일한 이야기들도 많고 논문이 직접 언급한 자료상의 한계점도 있는데 미디어를 통해 소개될때 어마어마하게 가지가 쳐져서 실제 논문이 주장하는 바를 10퍼센트도 반영하고 있지 못했죠..이런일 비일비재합니다. 기사를 보면 정말 말도안되는 연구로 묘사된것들이 막상 실제로 논무을 뒤져보면 그렇지만도 않은게 매우 빈번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하신 나체인 사람을 보고 흥분하는게 기생충에게 털이없다는 그런얘기는 정말 출처가 궁금해지네요 그런 주장을 한 사람이 누구인가요? 기생충얘기는 왜 인간이 안면구조상 좌우대칭을 선호하고 평균형이목구비배치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가설로 야생상황에서 부상이나 질병, 기생충등의 이유로(이런것들로 좌우대칭등을 유지하기 힘듬) 하나의 건강한 상대를 고르기 위한 척도로써 그렇게 진화된게 아닌가 하는 설명적 틀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진화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일천해서 조목조목 사례를 끌고와서 반박을 못하겠지만서도..말씀하신 것들이 일단은 뚱딴지같은 개소리라 쳐봅시다. 한 학문에는 온갖 뚱딴지같은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리학, 생물학, 의학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죠. 예를들어 프랑스에 프란츠 갈이라는 해부학자가 두개골 모양으로 그사람의 특성을 추정하는 골상학이라는 방법을 만들었었죠. 그러면 해부학이란 학문 자체가 혈액형성격론과 전혀 다르지 않은가요? 어느 유수대학의 저명한 물리학자가 텔레파시에 관한 연구를 하여 발표를 했는데 기사에서 이걸 물고 물고 전달하며 대중적으로 아주 크게 화제가 된 사례가 있다 쳐봅시다. 그러면 물리학이란 학문 자체가 타당한 증거를 토대로 나온 과학으로 보기 어려운가요? 과학이란게 원래 서로 물고 뜯어가며 발전하는 어떤 특정한 방식의 체계적 과정을 말하는 것이지 어느 특정이론 자체가 그 학문자체라고 하는건 전형적인 결합의 오류 아닌지......아무튼 결론은 제발 과학을 뉴스기사로 공부하시고 그게 전부인줄 아시는 분들이 없었으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