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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5 0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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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의견을 펼치기엔 너무 상황이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선택을 했든 여러가지 타의에 휩쓸려 겪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 억울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러기엔 의경의 힘이 절대적으로 우세합니다.
물리적인 힘의 문제에서든, 윗선의 명령이었다는 책임회피가 가능하다는 부분에서든요.
의경 또한 원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주장하신다면 이런 일은 있어선 안 된다, 정부가 변화해야 한다고 해야 옳다고 봅니다만
길게 적어놓으신 글 어디에도 시위대가 시위를 해야하는 이유에 대한 언급도 없고, 의경제도의 문제점 자체에 의문을 갖지도 않은 채
개인의 시선으로 시위대가 두렵고 공포스럽다는 내용만 적으셨습니다.
"우리를보는 그들의 눈빛은 마치 혐오의 대상을 파괴하러오는
사람들 그 눈빛이었다. 그눈빛을 보니 흡사 적과같이느껴졌다.
그들이 우리를볼땐 개미들이 우글대며 뭉쳐있는것처럼 보였을것이며 어쩌면 진짜로 그래서 혐오의 눈빛을 보냈는지도모르겠다."
직접 적으신 글 중 일부를 인용했습니다. 시위대에 대한 생각은 딱 이 부분 뿐이었거든요.
이 부분만 봐도 작성자님이 어떤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 알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 어디에도 개인 이상으로 경험을 확장시키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개미'같은 단어를 써서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얼마나 겁을 먹었고, 시위대는 얼마나 거칠게 묘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하려는지 느낌이 오시나요?
지금 하시는 말씀 전체를 분석해보면 작성자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의경'도 아닌 '의경 일을 했었던 자기 자신'에 대한 비호 뿐입니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볼 마음이 없고 조망할 생각 또한 없어요.
그저 그 상황이 공포스러웠고 반발할 마음도 없었고 그러므로 욕을 먹는 이 상황에 대해 불합리하다 판단하죠.
당연히 욕 먹는 건 억울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작성자님이 자발적으로 찾아가 먹는 욕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과거에 의경이었고, 윗선의 명령을 따라야만 하는 상황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면
어째서 그 상황을 불러일으켰던 다른 압력에 대해선 분노하지 않나요?
그 경험이 당신과, 당신의 동료였던 의경들만의 공포이며 억울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나요?
시위는 시위대와 의경 모두에게 있어 최악의 경험이었어요. 위에서 관망하는 윗대가리들 명령에 따라야 했고, 시위대는 진압당해야 했죠.
모두가 개미였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작성자에게 어떤 대단한 일을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그 때 의경일 한 거 반성하시고 운동권에 참가도 하시고 번 돈 다 기부하시고 그러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런 상황 자체가 없어야 한다'고 판단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전쟁과 관련된 소재에서는 늘 귀결되는 결말이 있죠. '이런 끔찍한 일은 다신 있어선 안 된다. 누구의 입장에서라도.'
박하사탕 보셨나요? 다 보면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예요. '다신 저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남들이 모욕하고 내게 욕해도 참아야 합니까?'
이 말이 어디에 적용되어야 하는지 잘 생각해주세요.
국가라는 절대적 힘 앞에서는 욕할 생각조차 못하면서, 당장에 들리는 욕엔 그렇게 민감하셔선 안 돼죠.
당신이 분노해야 할 대상은 경찰, 의경들에게 과잉진압을 시킨 채 해외로 도망친 대통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