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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0 01: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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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질문 없이 상담으로서 카드를 뽑고, 그게 궁정 코트가 나온다면
보통 그 카드는 본인을 상징하는 카드로 나옵니다. 즉,
Q. '나는 어떤 인간인가?'
A. 검 왕 역방향.
검 왕은 검 카드군에서 왕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이성적인 왕들 중 제일 이성적이라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좀 퍽퍽합니다. 감정에게 자리를 주려 하질 않죠. 그만큼 논리적인 사고를 좋아한다는 뜻도 되지만,
이성이 강력한 탓에 인간관계가 넓지 못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코트 카드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합니다. 특히 왕들이 더 심하긴 한데,
그중에서도 검 왕 같은 경우는 너무 논리 중심이다보니 남들은 검 왕을 냉정한 사람이라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요.
로맨스 소설에서 나오곤 하는 무뚝뚝한 남자주인공 같은 성격을 생각하면 되겠군요 'ㅂ')/ 나쁜 사람은 아니라능.
아래부터 적힌 제 글들은 질문자님을 '검 왕'으로서 판단하고 작성했습니다.
검 왕의 논리적인 사고가 나온 시점에서, 이미 그 우울은 질문자님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질문자님이 작성해주신 댓글을 차례로 분류해보면
비슷한 경향의 고민에서 주로 등장하는 부모님 등의 '자신을 통제하는 대상'이 질문자님의 글에선 보이지 않습니다.
핑계대기 좋은 부분인데 왜 안 쓰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질문자님의 고민은 오로지 질문자님이 문제라서 그렇습니다.
모든 일의 시발점은 과거였을지 몰라도, 이젠 상관없어요. 그 통제에 걸릴 만큼 질문자님은 어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제 질문자님은 "나만 정신차리자!" 하고 으쌰으쌰 잘 해내가면 되는데, 막상 보면 문제의 원인을 짚어보는 시점은 없어요.
'이걸 실패해서 우울하고 저걸 실패해서 우울한데, 내가 왜 실패를 반복하는 걸까?'
그 고민은 하고 있지 않죠. 왜냐하면 원인은 자신의 성격일 테니까(왕 카드들의 특징: 권위적).
그걸 아직 모르는 건지 아니면 외면하는 건지, 계속 탓을 주변 환경으로 돌리고만 있습니다.
아마 자기 자신이 원인이라는 걸 알면 멘탈이 가루가 되기 때문이겠죠? 보호 본능이라 봅니다.
근데 문제는 검 왕의 특징 상 자기가 파악해낸 논리에 거역을 할 수가 없어요.
특히 검이기 때문에 더더욱 깊게 빠지는 함정이기도 해요. 인간관계도 좁아서 누가 대신 박치기해주지도 않고, 논리는 또 완벽하고.
마치 세뇌교육처럼, 사실 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것도 의미없는 알바나 하는 것도 엄격히 따지면 실패라고 볼 수 없는 건데
매우 이성적인 내가 그걸 실패, 우울이라 인정했기 때문에 정말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이죠.
내가 그 때 기회를 놓쳐서, 쓸데없이 알바나 했기 때문에, 공시준비를 때려쳤기 때문에, 너무 멀기 때문에,
말도 안 되죠. 그건 이 우울감의 원인이 될 수 없어요. 왜냐면 원인은 자기 자신이니까요.
질문자님이 아주 완벽한 논리로, 우울함을 만들어낸 거니까요.
흠.
사실 멘트만 친다고 생각하면 '아니에요. 아직 인생은 길어요. 지금이라도 준비하면 충분히 가능해요.'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 멘트는 감정으로서 행동을 만들어내는 컵 코트에게 더 어울립니다.
검 코트는 논리가 먹히지 않으면 받아들이질 않아요. 그래서 좀 죄송하지만 쎄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왠만하면 학습이에요. 사실 병원에 가야 하는 그런 것이라면 카드점 따위를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얼른 병원가야죠.
그치만 그게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제 말을 믿어주세요. 지금 갖고 계신 우울감은 전부 학습이에요.
귀납적 사고가 만들어내는 오류를 지금 저지르고 계신 것이죠.
니가 md되려고 노력을 해봤느냐, 직접 행동하지 그랬느냐,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질문자님이 귀납추론 오류를 저지르고 계시니 수정을 검토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패션디자인 md를 꿈꿨습니다. 사정이 생겨서 시작은 못했지만 여전히 예술활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엔 알바를 하며 경험을 쌓고, 돈을 모았습니다.
좀 확정적인 직업도 낫지 않을까 싶어 공시생활을 준비했지만 아무래도 공시는 안 맞는 것 같아서 빠르게 접었습니다.'
글자를 몇 개 바꾸는 것만으로도 좀 복잡하고 활발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느낌이 나지 않나요?
논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치명적인 단점이 몇 개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성과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근데 또 '성과는 정확히 어떤 것을 지칭합니까?'라고 하면 대답 못할 걸요? 왜냐면 '만족감을 느껴야' 성과일 테니까요.
기묘한 일이죠. 그럼 그 만족감은 어떤 것이냐,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 정도는 되어줘야 할 거예요.
해석해보면 자기 자신의 기분은 어디에도 없어요;
ㅈ같이 못그리는 사람도 행복해하는 걸 볼 때 '하 나는 저것보다 잘 그리지만 만족을 못하는데' 같은 걸로 으쓱해하는
뭐 그런 저의 기분과 비슷한 뭐 그런 걸 거예요. 질문자님의 기분 말이죠.
자기의 기분이 뭔지 몰라요. 다만, 성공한 거 같진 않고 그 때 느낄 기분이 무엇인가= 그래서 우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