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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7 20: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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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75&contents_id=7060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쓴 안나 하렌트에 대한 네이버 캐스트입니다. 몇 부분을 인용하자면 이렇습니다.
"아이히만은 특별한 인간이 아니었다. 어떤 이념에 광분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을 뿐이었다. 아이히만은 “나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되풀이했다. 그리고 칸트까지 인용하며 명령은 지키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비록 그 내용이 수백만의 죄 없는 사람들을 살육하는 것이라도! 자신이 저지른 일과 자신의 책임을 연결 짓지 못한 채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는 아이히만에게서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이끌어냈다. 악이란 뿔 달린 악마처럼 별스럽고 괴이한 존재가 아니며, 사랑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가운데 있다. 그리고 파시즘의 광기로든 뭐든 우리에게 악을 행하도록 계기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멈추게 할 방법은 “생각”하는 것뿐이다."
물론 군대에 억지로 끌려간 젊은이들과 유대인 제노사이드라는 인류적 범죄의 공범인 아이히만을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들이 집에서, 바깥 사회에서 특별히 나쁜 사람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저들이 아마 별 생각 없이 작성자에게 저질렀던 악습들이 "잘못"이라는 인식을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한다고 믿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당해온 일을 되풀이하는 것뿐이라고 해서 저들이 작성자에게 했던 일들이 잘못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관습에 의해 정당화됐더라도 잘못은 잘못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군대가 바뀔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에 이렇게 댓글을 올립니다.
이상주의적이라.....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군대에서 일어나는 악습들을 "모두가 당해왔고 또 저질러온 일일 뿐"이라고 눈을 감은 채 군대가 언젠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과,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인식을 공유하고 군대의 병폐에 분노하고 인터넷 댓글에서라도 열을 올리는 것 중에,
어느게 군대를 바꾸기에 보다 현실적인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