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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7 04: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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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고등학교 동창한테 속아서 간 적이 있어요. 강의 다 듣고 나오고, 끝나고 친구랑 친구 바로 위에 관리자? 매니저? 같은 사람이랑 밥까지 먹고. 근데 그렇게 돈 잘 번다면서 세명이서 곱창 1인분 시켜 먹음... ㅋㅋㅋㅋㅋㅋ 암튼 들어갈 맘은 없었으나 친구 얼굴 봐서 그냥 계속 상대는 해줬어요. 친구는 찜질방에서 생활해서 피부 다 뒤집어져 있었고... 저희 집에 데려와서 같이 자려는데 그 매니저가 따라오더군요. 사무실에서 우리집 90분 거리였는데...;; 암튼 다음날 아침에 친구 보내면서 미안한데 절대 못 하겠다고 말했어요. 제가 이렇게 물러터지게 굴었던 건 정말 친하고 착한 아이였고,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꿈을 접었거든요. 다단계 회사에서 그 꿈을 이룰 것처럼 완전히 믿고 있더라구요. 너 그거 아니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저도 집안 사정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했었기에 그 친구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해서 모질게 굴지는 못했어요.
암튼 그 친구는 다단계 회사에 몇백만원 뜯기고 만신창이 돼서야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회사에 들어갔고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전 그때 일을 쭉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같이 모이는 친구들은 다 알고 있더라구요. 그냥 다들 알면서 서로 모르는 척 친구 정신 차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는 배신감보다는 친구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에 지금도 연락하고 잘 지내고 있지만... 만약 작성자님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솔직히 다시 얼굴 보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혹시라도 나중에 그 친구가 그때 일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정말 부끄러워 한다면, 작성자님의 상처가 세월의 힘으로 연해진다면 몇 번 놀리는 걸로 갚아주고 다시 연을 이어보시는 건 어떨까 싶어요. 암튼... 연휴를 엉망진창으로 보내실까봐 걱정이네요. 남은 이틀은 부디 이 일을 잊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