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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1 17: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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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3일 동안 구토한 고양이 데리고 병원 다녀온 입장에선 솔직히 님 글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고양이는 말을 하지 못할 뿐더러 아파도 티를 안 내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제일 중요한 건 "보호자의 설명" 입니다. 고양이가 구토하는 병은 한두개가 아닙니다. 식도 문제, 소화기 문제, 장 문제, 스트레스, 회충 문제 기타 등등 무수히 많은 질병의 증상 중 하나가 구토입니다. 병원에서 의사가 그 모든 질병에 대한 검사를 다 해야 할까요? 아니오, 보호자와의 문진을 통해 최대한 범위를 좁힌 후 필요한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리는 겁니다. 의사와 문진은 하셨나요? 구토하는 동안의 활동성, 변의 상태, 식욕 등등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는지 그런 대화는 나누셨어요? 추석 연휴 끝나자마자 아팠다는데 명절에 고양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시나요?
저희 고양이 데리고 갔던 병원에서는 고양이 한번 만져보지도 않고 저와의 문진을 통해 진단을 내려주셨습니다. 사료 문제라고 하셨고 사료를 바꾸니 바로 구토가 멈추더군요. 저는 이 녀석이 저 몰래 뭘 잘못 먹은 줄 알고 엑스레이라도 찍을 생각으로 간 거였는데 증상이 이러하니 사료가 안 맞아서일 확률이 크다고 설명해주셨구요. 제 판단대로 처음부터 엑스레이 일단 찍어달라고 했다면 돈만 날리고 원인도 못 찾고 다른 병원에 데리고 가 고생시켰겠죠.
접수받는 분이 보호자가 무슨 병이 의심된다고 하니 검사해봐야 한다고 하셨다는데 그게 당연한 겁니다. 보호자가 인터넷의 어줍짢은 검색을 통해 진단 내리고 그에 맞는 검사나 치료를 요구하는 거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숨이 희미해져 가는 고양이 끌어안고 응급실 갔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글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은 깊이 이해가 되고 병원의 대처 또한 이해가 어렵습니다만 솔직히 전 작성자님의 행동 역시 이해가 잘 안 갑니다. 떼복이가 그곳에선 고통스럽지 않고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