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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4 09: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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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날아가는 방 1
김경주
방을 밀며 우주로 간다
땅 속에 있던 지하 방들이 하나씩 떠올라 풍선처럼
날아가기 시작하고 방마다 우주의 바깥까지 날아가는 방은
외롭다 사람들아 배가 고프다
인간의 수 많은 음악을 싣고 지구는 우주 속에 둥둥 날고있다
그런 방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편지를 쓰는 일은 자신의 분홍을 밀랍하는 일이다
불씨가 제정신을 떠돌며 떨고 있듯 북극의 냄새를 풍기며 떠나는 휘파람,
가슴에 몇천 평을 더 가꿀 수도 있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이,
이 세상을 희롱하는 방법은 외로워해주는 것이다
외롭다는 것은 바닥에 누워 두 눈의 음(音)을 듣는 일이다
제 몸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외로움이란 한생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사랑이다
아버지는 병든 어머니를 평생 등 뒤에만 안고 잤다
제정신으로 듣는 음악이란 없다
지구에서 떠올라온 그네 하나가 흘러다닌다
인간의 잠들이 우주를 떠다니는 동안 방에서 날아와 나는 그네를 탄다
내 눈속의 아리아가 G선상을 떠다닐 때까지,
연을 가진 자만이 떠오를 수 있는 법
한 방울 한 방울 잠을 털며
밤이면 방을 밀고 나는 우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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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욱 시가 대중적이지만 예술성이 희박한건 사실임. 당장 위의 김경주 시와 비교해보면 면밀히 드러남
그렇다고 해서 하상욱의 업까지 폄훼할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님. 하상욱은 사멸해가던 '시'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부활시켜준 사람임
현재 문단은 하상욱에게 엎드려 절해야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