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
2016-03-06 04:57:53
6
하느님을 따르겠다던 아이는
기어이 그 곁으로 떠났다.
하느님께 어여쁜 아이였지만
이리 빨리 부를 계획이 아니셨다.
세상에서 귀히 쓰이도록
아이를 위한 계획이 준비되어 있었거늘.
어찌하여 이 아이는 벌써 그 곁으로 갔단 말인가?
돌려보낼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2년 전에 쓴 편지를
제가 쑥스러워하며 읽어 볼 수 있도록.
하느님조차 못하는 일이 있다는 걸
알아버렸을 때조차 아이는 기도하고 있었을게다.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도 누구도 원망치 않겠다던 아이.
아이의 너그러움을 갖지 못한 나는 원망으로 땅을 친다.
2년 후 제 모습을 그리며 설레었을 아이의 풋풋함과
삶의 모든 순간 늘 감사로 임하겠다는 아이의 다정함과
진중하게 제 소명을 고민하는 아이의 진중함이
여전히 편지에 남아있다.
받을 사람 없는 편지에
아이가 살아있다.
미안하다, 아이야.
나는 너의 하느님이 밉다.
하느님의 손을 빌려
그 큰 손아귀를 바다에 담구어
통째로 세월을 꺼내고 싶었다.
하느님은 지켜보았고
악마들은 수를 썼다.
기적이란 걸 일으켜달라고
수없이 외쳤지만
간절함도 세월과 함께
바닥으로 꺼져버렸다.
희망을 삼켜버린 바다 위로
올라야 할 것은 오르지 않고
별 일 없이 해만 올랐다.
그럼에도 하느님께 기도한다.
부디, 그곳에서 잘 돌봐 달라고.
더는 추위라곤 영영 모르도록
천국의 여름에도 두꺼운 솜이불로 꽁꽁 싸매 달라고.
버릴 수도 부칠 수도 없는 편지 말들이
천진하고 해맑아 억장이 무너진다.
너는 편지를 받아야 했다.
너는 포옹을 받아야 했다.
굳건히 살아 올라와
너를 걱정하던 모든 이의 포옹을.
_
부디 잊지 않길.
그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