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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0 14: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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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말하면, 행정부 빼고 기득권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참여정부 당시도 마찬가지였죠. 행정부 빼고 국회 경제 언론 모두 심지어 진보언론도, 탈권위주의때문에 같은 행정부 내 검찰 경찰까지 다 적이었습니다. 지금도 다를 바 없어요. 그나마 민주당이 국회 소수당이 아닌게 다행이지만, 여소야대인 건 마찬가지고요.
이 부채의식은 감시, 비판만 하고 지지하거나 국민대표인 정부가 하는 일이나 판단에 믿음을 가지지 않았던 데서 비롯합니다. 무조건 감시...힘 다 가진 줄 알고 감시를 외쳤으나, 사실 정부만의 힘은 미약해요. 아직도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다고요. 근데 그 현실적인 형세를 생각도 않고, 민주주의 체제가 다져지기 한참 전인데 지지하지 않고, 손 놓고 같이 비판할 대상이라고 그래도 된다고 방심하고 있었어요. 그게 교과서적이고 건강한 이상적 정부와 시민의 관계였거든요. 참여정부는 국민의 힘만을 믿고 이뤄진 정부인데 국민은 정부는 이제 정부권력이니 합리적 시민으로 비판하겠다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지지하거나 도와줄 대상이라 여기지 않았습니다. 권력자는 요구를 들어줄 대상, 감시의 대상. 여전히 운동장은 한참 기울어져 있는데, 이상적 관계를 실행할 토양이 아닌데, 정부 하나 먹으면 끝난 줄 알고...노통이 워낙에 다 풀어주고 탈권위하고 시민들 말에 맞다고만 해주니까 그래도 당연한 줄 알고. 그 사람 외롭거나 억울한 소리 들어도 대통령은 그런 거 겪는 게 당연하다고 노통이 말해서 당연한 줄 알고. 이미 민주시대 온 줄 알고.
아니었죠. 이 나라는 정권 바뀐 거 하나에 이토록 쉽게 몇십 년 후퇴할 나라였어요. 노통이라서 잠시 민주사회로 느껴진 거예요. 운동장은 여전히 기울어져 있고, 정권 놓자마자 절벽으로 사람을 내모는 곳이었어요. 지지자들은 결국 비판이란 이름으로 절벽에서 홀로 버티며 현실적 대책을 구상하던 사람들을 같이 밀고 있던 것이고 비판이라며 누구보다도 그 자신들의 안목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이 필요할때 믿지 않았고 쉽게 흔들리며 끝내 밀어버린 겁니다.
전 현실적으로 여전히 형세는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민주당도 많이 발전했고 국정경험 있는 인사들도 많아졌고, 이번 민주정부는 누구의.도움도 받지 않았지만. 여전히 검경은 변치않았고 인맥라인 건재하며, 국회도 힘들고, 언론사들 주인도 바뀌지 않았고 재계도 변치않았어요. 이 상황에 행정부 하나 먹은 거예요.
비판할 사람들은 충분히 많아요. 참여정부때 뼈저리게 알았어요. 어차피 누구도 그의편이 아니에요. 힘있는 분글은 지금 운동장이 좋은데 그걸 바꾸려고 조금이라도 도전하는 세력은 철저히 응징해요. 몇년이 걸려서라도. 그리고 정권 한번만 바뀌어도 살짝 되돌린 운동장을 다시 더한 각도로 기울어버리죠..우린 그걸 경험했어요. 그들은 정권 5년 10년 한번 바뀐다고 사라지지 않아요. 몇십년전부터 굳건하니 되돌리는 것도 순식간이었어요...
결국 이 운동장이 온전히 평탄해지는 날이 오기 전까진 민주정권에게 필요한 건, 흔들릴 때 최소한 민주가치를 같이 지지해줄 지지자였어요. 합리적 비판적 지지하는 시민과 일반적 정부와의 관계는 평평한 운동장에서 서로 상호감시하고 권력이 적절히 분립된 형세에서 할 교과서적인 일이었어요. 저쪽은 종교적 신념의 지지자들이 차고 넘치는데, 이쪽은 그놈의 자신만의 똑똑함 덕에 오히려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까지 상실해버리고 말아요. 사실 지나고 보면, 그놈의 비판이란 것이 언론에 휘둘리거나 비현실적이거나 현실감각이 미묘하거나 방법론이 이상적인 것도 많았는데...참여정부의 판단이 그당시 최선인 것이었던 건들도 많았고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었는데..지지자들은 누가 자신들의 가장 현실적인 보루이며 조치이며 대안인지, 망각한 거예요. 모두에게 최선이 아니라고 밀어버렸어요. 그 정부만이 마지막 자기편이란 걸 망각했어요. 결과는 참혹했어요.
이 부채의식은 현실형세를 제대로 파악 못한 데서 오는 충격과 괴로움입니다. 그러면서 지극히 현실적 전략적 판단이기도 해요. 이 운동장 기울기를 바꾸기 전엔,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고 정상적 시스템이 자리잡기 전엔, 가장 필요한 건 그 거시적 시스템에 평탄화를 시도하고 있는 세력을 향한 강력한 지지라는 걸요. 그게 가장 지극히 현실적이고 우선적으로 중요한 일이란 걸요..그게 일단 이뤄져야 뭐든 할수있어요..그리고 그게 얼마나 오래 걸릴지 뻔히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한 온갖 지독한 공격이 올 걸 알기 때문에 각오하는 겁니다. 이 운동장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 강력한 국민의 지지와 힘이란 것을 알았고, 그것이 콘트리트라는 단어로 표출될 뿐입니다. 감정적이고 감성적 판단이나 왜곡된 정보에서 비롯된 단순 종교적 콘크리트가 아니라, 이 나라를 바꾸기 위해 그게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하에서 나온 강력한 지지 의사입니다. 현재 현실적으로 이 이상의 대안이 없는 최후의 보루라는 위기의식이자 절박함입니다. 이번을 놓치면 다신 되돌릴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간절하고 냉철한 판단입니다. 시작점을 일단 제대로 뿌리박아야 언젠가 최선이 올 토양이 된다는 현실적 깨달음입니다. 자신들의 안목을 이번엔 끝까지 믿고 자신들의 합리성과 비판의식과 지식에 더는 자만하지 않으려는 의지입니다. 저번에 그걸 실패했다는 데서 우러나오는 이성적 경험적 판단입니다...저번엔 이런 걸 몰랐다는 점이 영원한 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