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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4 2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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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반 정도 찬성 반 정도 다른 입장을 취하게 되네요.
일단 반대부터 말하면...무엇보다도 이분이 그 세대 여성에 대해 미안함을 가진 것이 상당히 짙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이분께는 강경화의 "여성성"이 먼저 눈에 띈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 강경화가 공격 대상이 된 가장 큰 원인은 "청와대가 위장전입이 있는데도 그걸 갖고 장관 추천을 했다"는 점으로, 이전까진 큰 결점이 없단 청와대의 인사에 비해 눈에 띄는 "흠결"로 공격할 만한 걸 가진 인물이라서입니다. 물론 사정상 특수성이 있다고 하지만, 당시 야당은 이 점을 이용해서 위장전입이란 단어를 이용해 모든 후보를 공격하는 키워드로 쓰고 있습니다. 즉, 강경화를 수단으로 삼아 "문재인의 5대 원칙"과 청와대의 인사문제에 대한 공격 카드로 쓰기 적절했죠. 그리고 또 다른 포인트는 "위안부 여성을 위한 한일협정"에 방점을 크게 찍고 있는 행보를 일생간 보인 사람이란 점으로, 이전 정권 한일협정 야합에 관련된 구린 것을 갖고 있는 야당 사람들이라면 이 인사에 죽어라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인사란 점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 외무고시'란 특징 역시 한몫하고, 외교부는 개혁적 의도가 뚜렷한 이 인사를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런 점들이 강경화 공격의 주된 원인들이라 생각하며, 오히려 여성이란 부분은 약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간과한 글쓴이는 아무래도 다소 본인의 미안함때문에 그 외의 것을 못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찬성할 부분은 내각내 여성이 들어가는 포인트와 여성으로서의 강경화의 정체성에 대한 것입니다. 현재 젊은 세대들은 비교적 괜찮지만, 확실히 50대 이상 여성들은 대놓고 남녀차별이 이뤄지던 시대의 사람들입니다. 당시 여성들은 능력이 없어서 경력이 단절된 게 아니라 사회문제로 단절됐고, 희생했으며, 직업도 미래도 그런 문화 안에서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간과하기 쉽지만 우리 시대를 여전히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며, 그들 세대에겐 여전히 이 문제가 현실이죠. 그 연령대에 사회적 성취를 이룬 국내 여성들은 가정을 포기하거나 남성 이상의 노력을 한 사람들일 확률이 높으며, 그런 수준에 있는 여성이라면 내각에 들어가는 자격이 있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문정부가 내각에 여성을 들이겠다고 한 의미를 저는 그런 연장선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무엇보다 능력도 경력도 하나 없는데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문 정부가 추천할 리는 없으리라 여겼습니다. 또한, 그 동안 내각과 정치계에서 여성의 비율이 적은 것은 사실 여성의 능력 자체가 부족했다기보다는 정치권 자체가(여태까진) 고연령층의 것이라, 그 연령층은 남녀차별이 있던 시대였기에 그 정도 성취를 이룬 여성 비율이 적어서가 어느 정도는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내각에 둘 여성 인사를 찾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 다방면에서 능력 있는 여성을 찾아볼 기회도 갖고, 내각내 다양성(여성이 남성과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보는 일도 있으니, 다원적 시각을 가질 수 있음)을 확보함과 동시에, 정치권 내 그 세대에 존재했던 성차별을 의식하고 능력있는 여성을 기용하고자 하는 상징과 의지를 보이는 것이며 탕평의 일환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외교부 장관 위치 같은 경우는 꽤 스마트한 선택인 것이, 위안부 합의 문제 같은 '전쟁시 여성 인권'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녀차별이 존재하던 세대를 거쳐와 성장한, 동양국가의 능력 있는 '여성 장관'이 세계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것도 여성인권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을 향해) 국제적으로도 꽤 상징성이 크고 이미지적으로도 꽤 잘 먹힐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강경화의 특징이 '여성'만은 아니지만, '여성'이란 특징은 특히나 이 경우엔 하나의 큰 메릿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