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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3 19: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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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에 애도를 표합니다. 하지만 가정은 다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통 부모나 가정에 대해 사람들은 자신의 가정을 기본전제로 삼고, 타인의 가정들도 그러리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하지만 세상의 가정이 흘러가는 모양새는 너무나 다양합니다. '부모'란 이름을 가졌다고 다 부모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해주진 않고, 모든 부모가 인격이 좋지도 않습니다. 부모자격증이 없어도, 사회에서 그 어떤 사람이었어도 다 부모가 될 수 있거든요. 세상 모든 가족이 그렇게 평범하고 이상적인 부모자식관계를 이루고 있진 않습니다. 착취적이거나, 학대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소유물로 보거나, 헬리콥터거나, 차별하거나...정말 여러 문제가 존재합니다. 부모라는 이름만으로 옹호하기엔 자식에게 너무 큰 트라우마나 서러움을 주는 경우들이 말입니다.
이 분은 병간호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잘 읽어 보시면 작성자를 둘째랑 차별하고 있습니다. 동생은 대학 간다면 2억 집 팔아서라도 지원해줄 수 있다고 하지만 작성자는 등록금과 생활비 모두를 스스로 벌거나, 가정 생활비를 돕게 대출시키고 있죠. 작성자 미래 계획이나 소망은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작성자에게 욕하고, 둘째랑 자기 수발할 돈만 벌어오길 바라는 마인드가 보이실 겁니다. '전문대를 나왔으면 벌써 직장 2년 차에 4년제 나왔어도 지금 취업 반이다' '대학교 3학년 쯤 되면 동생이 고등학교를 가는데, 니가 간호학과 안 가고 취업만 했어도 되는데' 같은 말을 반복한단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작성자가 뭘 하든 뭘 원하든 어서 취업해서 돈만 벌어오기만 바라는 마음이요. 애당초 20대 초반 작성자에게 천 오백이라는, 복학이 힘들어질 가능성 높은 액수를 요구하고 있고, 복학이 불가능할 것을 걱정하면 자신을 못 믿냐며 화내고 있습니다. 사실 간호학과 어서 졸업하고 취업하는 게 금전적으로도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일 텐데도, 또 외할머니 집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 지원이 가능한 상태인데도 말이죠. 자식의 미래나 바람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가능한 요구일까요? 심지어 외할머니까지 끌어들여 같이 작성자를 욕하는 상황입니다. 네, 부모가 자기 부모까지 끌어들이며 자식이 돈 안 준다고 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요.
보통 후회없는 선택이란 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혹은 자기 자신을 가장 아껴주었던 사람을 위해서는 고민해볼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면 어떡합니까. 과연 형식적인 인연 때문에 실질적 사랑은 받지 못한 채, 자기 자신의 미래를 이대로 내버려야 할까요.
만일 후회한다면 오히려 이 때 자기 자신을 포기하게 되는 선택을 내리는 것이 아닐까요. 자신의 모든 미래와 더 나은 취업 가능성을 포기하는, 욕만 더 먹어가고 사랑받지도 못한 채로 돈만 버는 인생을 선택하는, 그런 걸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지금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고 자탄하고 있는, 그런 인생의 모습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