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2
2017-03-06 12:15:56
27
저는 애초에 저렇게 인생을 갈아 넣게 만드는 전제된 문화적 영향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저건 너무 결론적인, 최종적인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경제적인 노동환경 문제, 즉 야근과 초과근무에 승진이 걸리고 가정을 포기해야만 고위직에 올라설 수 있는 시스템 자체도 충분히 원인 제공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더한 문화적 영향력이요. 일단 미국과 우리나라를 완전히 동일한 상황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고, 더 근본적으로 '왜 남/여성이 그런 다른 선택에 도달했느냐?'라는 질문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부장적 체제 하에서 여성들은 가정을 더 추구하도록 무언의 압박을 받았고, 실제로 몇십 년 전만 해도 여성이 결혼하면 사직권고를 받는 경우나 임금차별(남편이 벌어올 테니 넌 절실하지 않을 거 아니냐)을 하는 경우가 존재했죠. 그 결과가 지금 여성 고위직이 상당히 적은 상황이 된 거고요. 그리고 이걸 '유리천장'으로 표현하는 거죠. 왜냐면, 다른 쪽 선택지를 선택하면 문화적으로 '이기적인 여자'라든가, '이상한 여자' '드센 여자' '육아 안 하는 모성애 없는 여자' '남편 신경 안 쓰는 여자' 같은 평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일에 더 투자하는 방향을 여성쪽이 선택하는 게 훨씬 꺼려진단 거죠. 심지어 동료 여성들까지도 그런 평을 하기도 하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여자는 고위직 시키기 좀 그렇지'하는 나이 많은 분들도 아직 계시고요. 서서히 세대가 바뀌고 있는 추세라 나아질 거라 생각하지만, 지금 대통령 문제를 '역시 여자가 해서 이래. 여자가 하면 안 됐어!'하는 어르신들이 소수 존재하는 걸 보면 어떤 문화였는지 짐작은 갈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역시 많은 여성들이 그런 갈등에 놓여 있고요. 대개 부부가 아이를 낳았다고 하면 여성 쪽 육아휴직만 허용되거나, 여성 쪽이 좀 더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문화적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죠. 특히 나이 많은 분들에 의해, 시댁이나, 직장 상사의 눈치 등에서 말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남성 쪽보다 여성이 '아이 때문에 퇴근한다'는 말 자체가 아무리 눈치 보이고 상사나 주변 동료들이 싫어해도 '그나마 가능은 하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집에 가는 경우도 많고요. 그건 여성이 결국 최종적으로 직장 쪽을 포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거꾸로 남성들은 그렇게 온전히 자기 혼자 온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았습니다. 외벌이의 부담과 책임져야 할 인간의 수가 엄청났기 때문에 가족관계 버려가면서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선택하는 하는 사람이 생긴 거였고, 그 사람들이 고위직에 올라서기도 했죠. 그 결과 가정불화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를 수도 있었고ㅠ... 또 남자들은 이런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 남자는 은근히 무시하거나 돈 못 번다거나 등으로 또 다른 문화적 압박을 받아 왔죠. 게다가 남자는 가정을 선택할 가능성 자체가 제도적으로도 미비해요. 육아휴직만 해도 남성까지 제대로 보장받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잖습니까ㅠ....평상시에도 집에서 아이 보러 일찍 간다 그러면 주변 시선도 이상하고, 집안일 한다그러면 또 묘하고. '잡혀 산다'고 뭐라 그러고. 그렇다고 직장 대신 집에서 프리하게 집안일 전담하려고 해도 또 시선이 이상하죠. 다른 쪽 선택지 자체가 매우 타인에 의해 이상하게 보이고 있는 거예요.
이 모든 제도, 문화적 시선 모두가 합쳐져서 두 성별이 전체적으로 다른 경향성을 보인다고 생각해요. 여성과 남성은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고 굳이 딴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결국 세상이 그들이 그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