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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9 10: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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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톨릭임에도 천국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그놈들 때문에 천국을 믿기로 했다. 천국을 믿어야 지옥이 있을 것이기에. 가장 깊은 지옥에 떨어지기를.
나는 아주 어릴 때 5월만 되면 터미널 근처에서 눈물콧물을 쏟게 했던 최루탄 냄새를 생생히 기억하고, 더듬더듬 한글을 읽던 나이에 전대 앞에 걸려있던 '총검에 두부처럼 잘려나간 너의 젖가슴'이란 펼침막 문구를 보았던 걸 기억한다.
내 어머니는 지금도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리고 내 아버지는 엄지가 굽혀지지 않는다.
편히 누워죽지 말기를. 침대에서 죽지 말기를. 길바닥에서 객사하기를 하늘의 자비에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