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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 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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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비판적 지지’라는 말 자체가 모호하게 들려서요. 절대로 생각이 달라서 배척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비판’만 하더라도 다음의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차적으로는 비판 주장을 제시할 때 본인 스스로의 견해와 지식이 대상이 되는 정치인 및 그의 정책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함부로 어떤 사안에 대해 단정짓는 오류를 피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그 정치인이 원칙과 신념을 지키면서도 현실에 맞는 최선의 정책을 수립 및 시행하려는 책임 의식을 갖추었다면, 비판은 ‘그의 리더십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오로지 정책의 방향성(신념)을 조율하거나 정책의 완성도(책임)를 높이는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세번째로, 이러한 지도자에 대해 열성적 지지를 표현하는 사람을 함부로 맹목적 지지자로 매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두번째에서 언급한 대상 정치인의 ‘신념과 책임의식’에 대해 신뢰와 응원 - 가끔은 덕질 - 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정책에 대해서도 맹목적 지지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이는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정쟁을 돌파할 동력을 대상 정치인에게 제공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맹목적 지지와는 분명 결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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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3가지를 지키기만 해도 저는 ‘정상적인 비판’으로 봅니다. 근데 비판적 지지를 자처하는 분이라면 이 3가지는 당연히 만족시켜야 하고 한 단계를 더 나아가야 하는데 여기서 의미가 모호해집니다.
비판적 지지라는 말을 쓰려면 ‘비판을 통해 지지’하는 부분이 있어야 되는데 그러한 스탠스가 일반 유권자 포지션에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는 거지요.
굳이 비슷한 상황을 생각해보자면, 문통이 수석보좌관 회의 때 ‘내 견해에 이견을 보이는 게 의무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 때 보좌관들에게 이견(비판의견)을 제시를 요구한 건 정책의 방향성을 조율하고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이지 않습니까?
근데 이건 문통 지지자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견을 제시할 상황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잘하고 있어서 그런 거죠. 이 정도의 상황에서 비판적 지지를 하고 싶다면 현정부 정책에 비판을 가하여 더 수준 높은 정책이 되게 할 정도의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지요? 또 아예 줄기가 다른 비판을 하게 되면 그건 애초에 현정부나 집권여당과는 다른 스탠스를 취한다는 것이므로 ‘지지’가 아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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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모르겠다면 각자의 입장에서 비판이야 가할 수 있는데 그건 더이상 지지가 아니게 됩니다. 아무튼 좀 표현이 모호해요. 제 개인적으론 ‘합리적 지지’가 더 정확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이것 역시 문통 지지자들 대다수가 이미 합리적 지지를 하고 있어서 굳이 구분할 필요는 크게 못 느낍니다만.(비판 요건 세번째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