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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4 23: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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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화목하지 않거나 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교회에 나올 경우, 목사들이 설교로 그런 사람들 마음을 위로하고 녹이죠. 기도하고 기다리면 나아질 거라고. 믿음을 잃으면 안 된다고..
그렇게 버틴 신도가 그 어려움을 이겨낸 경우 목사의 말을 더 잘 믿게 돼요. 일단 목사가 희망의 말을 해주고 어느 정도는 정말 도움이 되는 말도 해주기 때문이죠. 한편 상황이 악화되어 버텨내지 못한 교인은 자연스럽게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교회를 떠나게 됩니다. 사실은 목사가 근본적 문제를 직시하게 한 게 아니라 진통제만 줬던 것임에도.. 결과적으로는 맹목적 성향의 교인들이 교회 내 다수를 차지하게 되지요.
또 이런 분들은 가정 불화가 심했던 경우가 많아서 공동체 내에서 대립되는 분위기 자체를 피하려는 본능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목사가 하나됨이나 교역자의 권위와 관련된 성경 구절만 틈틈이 강조해주면 교인 입장에서 의문이 생겨도 교회를 분열시키는 세력으로 낙인찍힐까 말을 못 꺼내는 상황이 됩니다. 사실 성경의 정신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거여서 양쪽에 해당되는 말이 다 있음에도 한쪽만 강조하는 건 참..
또 이것 저것 행사 많이 만들고 주말 계속 나오게 하다보면 교인들이 바깥으로부터 격리되고 그거 참여하느라 정신이 없게 돼요. 그럼 또 목사가 교인들의 자발성을 칭찬해주는 말을 하고요. 이 과정에서 계속 이성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교회를 이탈하며 교회의 갈라파고스화가 가속됩니다.
그렇게 한 세대가 넘어가면 그 분위기에서 자란 이들 중 목사 전도사가 배출됩니다. 첫 세대 교역자는 의도적으로 속이려 한 거였을지라도 두번째 세대부터는 그런 가치관들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닌 목사도 꽤 많은데 워낙 변형된 가짜 신앙 세력이 주류를 차지한 터라, 대부분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교단에서 이단 낙인 찍힐까 염려하여 목소리를 내기 힘들지요.
또 어느 정도 신도 수가 모이지 않으면 목사의 생계가 위협받기 때문에 진통제식 목회를 안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인지한 젊은 목사들이 교단 측에 목회자라도 투잡을 뛸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길 하고 있지만 꼰대 마인드로 찬 윗선에선 우리땐 그런 거 없이도 잘 됐다며 막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교회 내 교인들이 이성이 마비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물론 진짜 기독교 신앙을 추구하며 버티는 사람도 있긴 해요. 최근 문제가 됐던 대형교회 세습 때도 교인들 반대표가 15퍼센트는 나왔습니다. 발언 때 85퍼센트의 방해로 의사 표시조차 하기 힘들어 묻힌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