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9
2014-02-12 08:47:33
22
전 자가 운전 13년차예요.
처음 차를 산 건 군대 제대 후에 학교를 다시 다녀야 하는데, 너무 멀었거든요.
물론 집에서도 시골 다녀 오려면 차가 한 대 필요했으니,
그게 잘 맞아 떨어져서 부모님이 거의 사주시다시피 카렌스 1을 신차로 구매했어요.
물론 유지비(그땐 가스요금이 1리터 400원대)는 제 용돈과 알바로 충당했죠. 알바 두 개했어요.
그거 사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친구들과 여행도 줄기차게 다니고,
혼자 새벽에 눈 떠서 잠 안 오면 부산에서 포항까지 음악 들으며 달리기도 하고,
여친 집 앞 주차장에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한 평 남짓되는 작은 나만의 공간에서 먹고, 자고, 놀고.
제가 현기차그룹은 엄청나게 싫어하지만, 기아차 카렌스를 무척 좋아하는 이유가 그래요.
제 젋은 10년 동안의 오만가지 추억이 서린 차거든요. 그 차가.
전 그렇게 생각해요.
그때 쓴 돈을 다시 줄 테니 젋은 날의 추억을 되돌리겠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오"라고 대답할 겁니다.
나중에 좀 더 나은 호사를 누리기 위해 젋은 날을 벌어 모으는 것에 집중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는 대신 차로 인한 추억이나 편함을 누리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봐요.
서른 중반이 넘은 지금은 예전처럼 그러질 못하거든요. 다음 날이 걱정돼서.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는 본인 선택이겠죠.
젊은 날에 차를 산다고 잘못된 선택은 아닐 겁니다.
일하며 돈을 모으는 대신, 그러고 있는 친구들이 갖지 못할 또 다른 추억을 모으고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