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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3 05: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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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침에 그 사람의 번호 건너편에서 차분하면서도 울먹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 듣는 소리였지만 이내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어느 병원으로 오라던 목소리.
전날 '잘자'라는 인삿말을 들려주고 '이제 진짜 잔다.'하며 몇 분뒤 보낸 문자.
그리도 사랑스런 이야기들이 오고간 그 기계는 절망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렇게 갔어요. 그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나에게 말도 못하고
아프다 한마디도 못하고
보고 싶다 이야기도 못하고
어리숙한 자신의 오빠가 단축다이얼을 눌러 내게 전하도록 하고 말이죠.
어느 순간부터 저는 차를 타지 못했습니다.
출근길에 그 사람에게 문자를 했다면 전화를 했다면 그 길을 걷지 못하게 단 몇분을 벌게 했다면
오만생각을하며 자책하고 지냈죠.
하지만 시간은 지나갑니다.
나는 밥도 먹고 친구들과 웃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아린 가슴을 다독일 수 있지만 그 땐 그러지 못했죠.
급 이런 글을 쓰다보니 저도 무슨말을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자책하지 마세요.
저는 그게 가장 어리석었고 괴로웠습니다.
저는 곧 결혼을 할거고 조만간 앞자리는 4로 바뀝니다.
이제 차는 탈 수 있지만 아직도 운전은 못하겠습니다. 내가 낸 사고도 아니고 본 사고도 아니지만 겪은 사고여서 그런듯 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운전은 힘들거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살아 있고 살아갑니다.
그 사람과의 좋은 기억만 새기시고 절대 자책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