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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01: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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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글러먹었어."
윤수는 머리가 아파 감싸쥐었다.
거대한 도마뱀이 어설픈 세 손가락으로 요리를 만드는 것도 모자라,
주방은 홀과 완전히 개방되어있어 그 손톱에 때가 낀 채로 음식을 만드는게
그대로 손님들에게 노출되었다.
"뭐, 알고는 있어. 어쩌겠나. 근처에 식당이라곤 여기밖에 없으니.
우리같은 모험가들이 들를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단 말이야.
그렇다고 저 예쁜 아가씨가 서빙해주는 식당에 가겠다고?"
모험가 중 하나는 손사레를 쳤다. 그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예쁜 아가씨가 웃음 한번 지어준다고 거기가서 헤벌레 할 멍청이는
없어. 우린 그냥, 길드에서 받은 분배금만 가지고 적당히 배부르게 먹을
식당을 원할 뿐인데, 아무리 그래도 여긴 좀.."
윤수는 생각했다.
'그러면 싸고 예쁜 아가씨가 나오고, 음식 양이 많고 친절한 식당을 만들면 되잖아?'
그의 생각을 읽은 듯 늙은 드래곤이 말했다.
"그런 생각이야 누구든 못하겠어? 이익이 줄어들잖아. 넌 개고생하면서 그런
식당을 운영하고 싶어?" 윤수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드래곤은 피식 웃으며
일장연설을 이어나갔다. 순간 윤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못 만들 이유는 없지?"
그의 중얼거림에 늙은 드래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쳐다봤다.
윤수는 일단 늙은 드래곤을 카운터에 앉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이 주방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늙은 드래곤이 조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최악이였다. 일견, 경력 많은 조리사가 자신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주는 것 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그의 긴 손톱에 낀
때까지 그대로 보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지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는 늙은 드래곤에게 주문했다.
"아무 말 하지 말고, 손님이 항의를 하든 칭찬을 하든 빙긋 미소만 지어주세요.
그 다음은 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
늙은 드래곤은 그의 말에 의아해 하면서도 "뭐... 지금보다 편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데.." 하고 중얼거리며 그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그는 일단 주방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오픈형 주방의 장점을 최대로 살리기로
한 것이다. 그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서도 설거지만 열중인 사람도 한 명 고용했다.
그 설거지 담당은 꽤 모자란 사람이였지만 설거지 하나만큼은 집중해서 해냈다.
윤수는 그 다음, 늙은 드래곤의 가게에 나오는 레시피를 천천히 뜯어봤다.
'분명 안팔릴 메뉴는 아니야. 소고기를 볶아서 야채와 함께 내 놓는다라...'
하지만 메뉴 변화는 필요했다. 윤수는 당장에 테이블을 모두 치우고 그 자리에
구멍이 뚫린 괴상한 테이블을 놓았다. 늙은 드래곤이 말했다.
"왜 구멍뚫린 이상한 테이블을 놓는거야?" 윤수는 말 없이 늙은 드래곤을
카운터에만 앉아있도록 지시했다. 늙은 드래곤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일단
윤수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윤수는 구멍뚫린 테이블 밑에 양철통을 놓고, 그 위에 바짝바짝 타오르는
나무들이 담긴 검은 통을 덧대어 놓았다.
"대체 이 타오르는 나무가 무슨 용도야?"
그는 말 없이 리자드의 살점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
리자드의 다릿살은 예전부터 연하기로 유명했고 많은 모험가들이
삶아먹는 유명한 요리였다. 그런데 윤수는 그것을 삶지 않고
바싹 타오르는 검은 나무가 그득한 불판위에 올려놓았다.
첫 번째 손님이 들어왔다.
그들은 '이게 뭔 타는 냄새야?' 라고 물으면서도 윤수의 추천에
반신반의하듯 리자드 다릿살을 구운 것을 먹었다.
"어... 그..."
그 자리에 앉은 모험가가 머리를 긁적이며 한 점 먹더니, 이내 한 점
더 먹으면서 말했다.
"이거 더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 젠장 다 집어 치우고 있는대로 다 가져와!"
테이블 여섯개의 식당은 날이갈수록 인산인해였다.
늙은 드래곤은 여전히 카운터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였지만,
젊고 활기찬 윤수가 주방과 홀을 오고가며 손님을 응대하고,
엘프 종족 출신의 예쁜 여자 직원이 눈웃음을 지어가며 손님 상의
불판을 갈아주거나 반찬을 리필해 줄 때마다 손님들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던
늙은 드래곤은 이 상황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았다.
...라고 웹소설 문체와 특유의 개연성(?) 으로 써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