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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2 18: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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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나락님이 말씀하신 예 중 어느 게 '일뽕'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전통음식이라고 여겨진 것들의 유래가 사실은 전통이 아니라는 것, 우리의 식문화에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걸 비판하는 것 ... 이게 일뽕이 되나요? 전 이번 막걸리 발언은 분명 오만했다고 생각하지만, 이전의 주장들은 쉽게 왜곡할 만한 내용은 아닙니다.
그리고 아래의 글은 황교익이 예전에 남도 음식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 글입니다. 하도 일뽕 일뽕 하는 사람이 많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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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도문화에는 소리가 있고 그림이 있고 놀이도 있을 것이지만 대중들이 그 남도의 정서를 온몸으로 느끼는 자리는 대체로 남도음식을 맛볼 때이다. 이 남도음식은 대부분 한정식과 백반의 상차림으로 차려진다. 밥이 상의 중심에 버티고 그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이 그 곁에 놓인다. 한국음식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도 광주와 전라도의 남도음식은 이 밥과 반찬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와 전라도는 오래도록 한반도에서 변방 취급을 당하였다. 마한을 이은 백제가 멸망하면서 그 변방의 역사가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남도 사람들의 정서이다. 그래서 '남도'라는 단어 안에는 역사적 회한과 함께 깊은 슬픔의 서정이 녹아 있다. 이 서정은 소리로, 미술로, 놀이로 한반도의 문화를 풍성하게 하였다. 남도음식을 먹을 때면 나는 이 깊은 슬픔의 서정을 맛보게 된다. 그 하얀 밥은, 멀리는 곰나루에서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떠나는 백제 여자들의 옷자락을, 가까이는 동학군의 하얀 옷으로 덮인 백산을 떠올리게 한다. 그 곁의 반찬들에서는, 남도의 땅에서 그 귀한 흰밥을 먹기 위해 땅을 헤집고 물에 뛰어들었던 뭇 민중들의 거칠었던 삶을 맛본다.
남도음식이 한국음식에서 특히 귀한 것은 잊혀가는 반도의 자연과 삶이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 숟갈의 밥과 한 젓가락의 김치에서 이 한반도의 자연에 감사하고 이 땅을 일구어온 뭇 민중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만든다. 또 그래서, 남도음식이 아름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