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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3 21: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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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꼬릿말이 아련하네요.
비가 오는 날에 텅빈 공원 의자에 홀로 앉아 바닥을 때리는 소나기 소리를 벗 삼아, 이제는 곁에 없는 그이를 떠올린다.
처음 만났던 날, 화창한 햇살아래 수줍어 서로 말도 조심스러웠던 우리사이. 갑작스레 쏟아진 소나기에 우산도 없이 황급이 비를 피하는데, 나도 모르게 맞잡던 손길, 자기도 젖으면서 어깨로 내 등을 감싸 안으며 뛰었던 그 사람아. 등 뒤로 느껴지는 고동소리로 빗소리도 지워가며 너도 나도 마냥 뛰었더랬지. 정자에 아래에 다다라서야 우리가 감싸 안았다는걸 그제야 깨달으며 황급히 떨어지는, 아직 식지 않은 열기에 감정을 키워가며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시작했었지.
지금은 내 곁에 없는 사람아. 오래 못보면 처음엔 눈동자가 기억이 안나고 그 다음엔 미소가 , 머리모양이, 옷은 뭘 입었는지 그렇게 잊혀저 간다고 했던가. 나도 너의 눈 웃음이, 속삼임이 그 모든게 희미해져 가는데 그 고동소리만은 잊혀지지가 않아.........
고동소리에 맞추어 발을 까딱이며, 이렇게 맑은 날에 쏟아지는 소나기에는 너를 기억한다. 언젠간 그 소리마저 잊혀질텐데 그 떼가 언제 올까. 그리운 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