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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2 15: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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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그 책들(소피의 세계 말고, 소피의 세계도 결코 만만히 볼 책은 아니지만)은
보통의 철학과 학부생들 수준에서도 제대로 못 읽을 책들입니다. 눈으로 글자를 본다는 의미 말고...
가감승제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미적분을 공부하려 들었다고나 할까...
학부생 커리큘룸을 생각하면,
일단 새내기 때는 무조건 역사를 배웁니다. 그러니까 서양철학사, 동양철학사 이렇게요.
이게 당연한게 모든 철학 사조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서
전후좌우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니체다, 쇼펜하우어다 이런 사람들의 사상을 바로 접하다 보면 이해도 잘 안 될 뿐만 아니라 오해를 넘어 곡해를 해버리기 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소 지루하더라도 철학사는 한번 훑는 게 좋아보입니다.
소피의 세계도 좋아요. 소설이라 재밌고...
다만, 소설로서의 철학을 다룬 책이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쉽게 말해 논문의 참고 문헌으로 삼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나 할까. 왜 우리 레포트 쓸 때 참고문헌으로 '위키 사이트'를 넣지는 않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과는 좀 별개로.
이건 좀 외적인 이유인데,
대부분의 철학책이
원서->우리말 번역이 아니라
원서->독어, 영어->일어->우리말 번역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철학 용어 보면 이건 분명 서양철학인데 한자어로 된 거 참 많아요. 그것도 우리가 잘 쓰지 않는 표현의... 일본식 한자어들이 많죠.
(아마도 이건 우리가 주로 일본을 통해 근대학문을 접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번역이 상당히 불친절합니다.
그러니
니체니 소팬하우어니 하는 책들이 읽을 때 책장이 잘 안 넘어가는 데에는 그런 이유도 상당 부분 있습니다.
실패했다고 너무 기죽지 마시고요, 혹 다른 역자의 출판물이 있다면 그것도 한번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