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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5 17: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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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선생도 말하다가 포기한게 안희정입니다.
허허! 또 옛날 생각이 나는군. 자네하고 이야기하면 자네 말이 잘 이해가 안 돼. 너무 추상적이야. 정치는 어디까지나 대중을 모빌라이즈(mobilize·동원)하는 행위인데, 어떻게 그렇게 추상적 가치로 대중을 설득시키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게야!
허허! 점점 더 아리송해지는구먼! 어차피 자네는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할 것이고, 그러려면 당내 경선에 대한 공정한 룰이 확정돼야만 모든 사람이 승리할 수 있는 공평한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공정한 룰 세팅을 주장하고 있네.
아, 정말 어렵다. 자네하고 말하고 있으면 좀 어지러워. 자네 말뜻을 빨리 좇아갈 수가 없으니 말야! 나의 보성학교 선배 이상 선생이 ‘날개’라는 소설 속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19세기일랑 봉쇄해 버리시오.” 사랑하는 여인 금홍이를 창녀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그 심정이 어땠겠나? 그래서 그 소설 마지막에 보면 미쓰코시 옥상에 올라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지. 결국 날개가 안 나왔으니 떨어져 죽었겠지. 나는 평생 내 보성 선배 김해경(이상의 본명) 선생의 그 절규에 공감하고 살았어. 그런데 19세기는 봉쇄되질 않았어. 아직도 노론과 친일파의 횡포가 계속되고 있고, 사드 운운하는 정세가 19세기 말의 격랑의 재탕이란 말야! 자네가 무슨 수로 시대교체를 하겠다는 겐가. 시쳇말로 개헌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또다시 아리송해지는군! 자네가 지금 나에게 어떤 형이상학이나 규범윤리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론을 설파하고 있는 것 같아. 다시 말하자면 ‘대통령되기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직업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의 틀이 래디컬하게 바뀌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어. 그것을 위해서도 개헌이 필요하지 않은가?